[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프랑스 정치권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 격화로 위태로운 상태에 빠져들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계 안팎에서는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올해 중 붕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발언도 그 여파가 계속 이어졌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0.94포인트(0.19%) 내린 504.96으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34.23포인트(0.18%) 떨어진 1만9261.75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1.48포인트(0.72%) 하락한 7143.03으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6.14포인트(0.20%) 오른 8274.75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77.92포인트(0.23%) 내린 3만3089.72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38.40포인트(0.33%) 하락한 1만1579.50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럽 주요국 중에서 프랑스 증시의 하락폭이 가장 컸던 이유는 프랑스 정국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바르니에 총리 내각은 내년 말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5% 이내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긴축 예산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60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올해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6%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이 규정하고 있는 3%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원내대표는 "정부가 무리한 증세를 추진해 국민들의 구매력을 떨어지게 만들면 내각 불신임을 추진하겠다"고 반발했다.
바르니에 총리와 르펜 대표는 지난 25일 만나 이견을 좁히려 했지만 절충에 실패했다. 이후 르펜은 내각 불신임 카드를 다시 흔들었고, 바르니에 총리는 의회 절차를 건너뛰고 '헌법적 수단'을 동원해 예산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르니에와 르펜의 대치는 이르면 다음주 첫 불신임 투표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 이후로도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불신임 투표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르니에 내각의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날 프랑스 국채와 주식이 동반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를 넘어섰고, 독일과의 차입 비용 격차는 장중에 2012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위기 이후 최대인 0.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영국 프라이빗뱅크 쿠츠(Coutts)의 자산 배분 책임자 릴리안 초빈은 "프랑스는 정치적 불안정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총선 승부수도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내년 예산안이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조만간 내각이 붕괴되면 프랑스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0월 미국의 소비자 지출은 탄탄하게 증가해 4분기 초에도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은 이날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월과 전년 대비 각각 0.2%와 2.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전문가의 전망과 일치하는 결과였다.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특징주로는 오염 필터 제조업체인 영국의 존슨매티가 반기 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다는 발표와 함께 11.7% 폭락했고, 스페인 제약사 그리폴즈는 캐나다 투자펀드 브룩필드가 인수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9%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