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등 금융권에 시장안정 협조 요청
증시·환율 직격타에 기업 자금공급 경색 우려
지주별 비상대책 고심, 향후 후속대응 여부 관심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당국이 탄핵 정국으로 흔들리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권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증시와 환율 불안으로 기업 자금공급 경색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위원회는 9일 오전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탄핵 정국에 따른 향후 대응과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장, 5대 금융지주회장, 정책금융·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개최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과제를 논의했다. [사진=금융위] |
이 자리에는 양종희 KB금융, 진옥동 신한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임종룡 우리금융, 이석준 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 이후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수장들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날 오후 박충현 부원장보 주재로 주요 시중은행 여신·자금담당 부행장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한다. 지난 7일 탄핵 무산 이후 금융시장 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사 협력 하에서 시장안정 비상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환율 급등 시 건전성 '흔들', 비상대응 시스템 가동
탄핵 정국의 직격타를 맞은 건 증시와 환율이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79포인트(1.47%) 내린 2392.37로 출발한 후 2380대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코스닥 역시 11.98포인트(1.81%) 하락 개장 후 한때 640.41까지 밀리며 2020년 5월 4일 이후 4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6.8원 오른 1426.0원에 개장한 달러/원 환율은 1420~143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불안을 감안할 때 1445~1450원의 단기 고점을 관측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정국 불안 장기화가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지만 당국이 속도조절에 나설 확률이 높아 1420원 중후반 중심으로 등락이 전망된다"며 "내년 상저하고 전망은 유지하되 일련의 사태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악재라 진단해 상단을 145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높아지면 금융지주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0.01~0.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0.01~0.03%포인트 가량 하락한다. 이는 환율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은 현 자기자본비율 등을 감안할 때 환율상승에 따른 단기적인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환율 정국이 장기화 된다면 건전성 제고를 위해 추가적인 대출 제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대응은 이미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며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췄지만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대책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9일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5.79포인트(1.47%) 하락한 2392.37에 출발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대비 11.98포인트(1.81%) 내린 649.35에 시작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8원 오른 1426.0원에 장을 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4.12.09 mironj19@newspim.com |
◆기업 자금공급 경색, 금융지주 후속대책 관심
탄핵 정국 파장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공급 경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치적 불안이 경제를 뒤덮은 상황에서 경제주체인 기업까지 흔들린다면 수습이 어려운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원활한 자금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금융지주회장 및 여신·자금담당 부행장과의 잇단 회동 역시 이같은 우려를 전달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금운용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밝혔으며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정치불안으로 자금중개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기업에 대해 빈틈없이 자금을 공급해 달라"고 언급했다.
금융지주 등은 당국과의 회동 이후 추가적인 내부 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업권에서는 주식시장 하락세가 장기화되면 신주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확보가 어려워지고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 등도 쉽지 않아 은행권 대출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은 최근 기업대출을 빠르게 늘린 상태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668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기업대출 규모가 지난 3분기말에는 727조3000억원으로 9개월만에 59조원(8.8%) 증가했다.
다만 기업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연체율로 인한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요청에 따른 구체적인 대책 등은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며 "시장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