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일대서 홍보관 오픈 앞두고 막바지 점검
삼성은 이주비 조건 장점, 현대는 책임준공 제시
내달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표심잡기 물밑작업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 재개발 최대어 중 하나인 용산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입찰에 참여한 국내 '투 톱' 건설사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건설업 불황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갖춘 주택사업에서 외형 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양사 모두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건설종가(宗家)' 현대건설과 신흥명문 삼성물산,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순위 1, 2위 간 자존심 경쟁이 후끈하다.
각 사간 비교 우위가 존재해 시공사 선정 투표일까지 조합원 표심을 얻기 위한 물밑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시공사 선정 총회 한 달 앞으로...홍보관 열고 표심잡기 과열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내달 초 용산구청 인근 녹사평대로변에 홍보관을 열고 본격적인 홍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시공사 홍보관은 1차 합동설명회 이후 개관이 가능하다. 1차 합동설명회는 내달 3일 개최 예정이며, 조합은 같은 달 18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어 공사를 맡을 건설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홍보관 개장 이전이지만 시공사 입찰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자존심을 건 수주 경쟁이 뜨거운 상태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에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공공임대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약 810여 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용산구 한남4구역 일대 모습. [사진=서울시] |
앞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조합측에 입찰 조건을 제시했다. 양사 모두 조합원에게 최대한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원들의 관심을 끌 새로운 단지 설계안도 잇따라 제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원 이주비와 관련해 삼성물산은 대출금액에서, 현대건설은 금리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삼성물산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LTV 50% 수준의 3배에 달하는 이주비 대출과 분담금 납부시기 유예를 내걸었다. 이주비는 최소 12억원을 조건으로 집값의 150%까지 대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집값의 150%가 12억원이 안 되면 추가로 대출해 지원한다. 분담금은 입주 후 4년까지 유예하는 조건이다.
현대건설은 초저금리로 이주비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가산금리를 0.1%p(포인트)로 적용해, 시중금리가 3%인 경우에 3.1%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산금리 0.78%포인트(p)보다 낮은 수준이다.
공사비는 현대건설이 유리한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건설은 전체 2248가구를 기준으로 1조4855억원을, 삼성물산은 전체 2360가구를 기준으로 1조5695억원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이 약 840억원가량 저렴한 공사비를 책정했다.
공사지연에 대한 책임준공 여부서도 차이가 있다. 현대건설은 공사도급 계약서에 책임준공 확약을 보장했다. 시공사가 준공까지 공사에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준공일시까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연기된 기한만큼 지체보상을 물어야 한다. 삼성물산은 책임준공 확약 대신 지체 일수마다 총 계약금의 0.1%를 보상한다는 입장이다.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삼성물산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내년 주택사업 확대 교두보...입찰 탈락시 타격 불가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은 15년 만이다. 2009년 부천 도당 '1-1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맞붙어 당시 현대건설이 사업을 따냈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수주를 발판으로 서울 노른자위 정비사업 수주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계열사의 설비 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안정적인 매출처가 감소한 상태다. 정비사업 입찰 경쟁에서 승리를 끌어내지 못했던 부진의 고리도 끊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수주를 통해 앞서 수주한 한남3구역과 연계해 총 8200가구 규모의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정비사업 핵심지로 꼽히는 한남동 일대에서 사업 참여가 늘어나면 향후 압구정동, 여의도 일대 등 사업성이 높은 정비사업 시공사 입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 브랜드에서는 삼성물산이, 입찰 조건에서는 현대건설이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양사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경쟁에 나서고 있어 내달 시공사 입찰 총회까지 표심을 잡기 위한 홍보전이 뜨거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