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우리를 연결하고 문학은 필연적으로 체온 품어"
"폭력에 반대하며 수상 의미 나누고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10일(현지시각) 노벨상 연회에서 밝힌 수상 소감에서 폭력에 반대하는 문학의 의미를 되짚었다.
한 작가는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 소감 밝히는 한강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12.11 kwonjiun@newspim.com |
이날 수상 소감에서 한 작가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비가 너무 심해서 다른 아이들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앉아 비를 피하던 때가 있었다"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했다.
당시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그 비에 팔과 다리가 젖는 것을 느끼면서 그 순간 갑자기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나란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과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며 "이는 경이로운 순간이었고,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독서와 글쓰기에 보낸 시간 동안 그 경이의 순간을 거듭 다시 살았다"면서 "언어의 실을 따라 다른 내면과 만나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질문을 다른 자아에게 전달해 왔다"고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설명했다.
어릴 적부터 "존재의 이유, 사랑과 고통이 존재하는 이유가 항상 궁금했다"는 한강.
이 질문은 수 천년, 그리고 지금에도 문학이 묻고 답한 질문이기도 하다며, 짧은 생의 순간에 어떤 여건 속에서도 인간으로 남아 있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되물었다.
또 "가장 어두운 밤에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언어가 있다"며 "이 행성에 사는 사람과 생명체의 1인칭 관점으로 상상하는 것을 고집한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하고, 그 언어를 통해 문학은 필연적으로 체온을 갖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문학을 쓰고 읽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삶을 파괴하는 행위에 맞선다"면서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의미를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 폭력에 반대하며 나누고 싶다"며 수상 소감을 마쳤다.
한강은 연회에 앞서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이곳 '블루카펫'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기 때문에 지난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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