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 행정부인 EU 집행위원회가 17일(현지시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 대해 지난달 루마니아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을 사실상 방치한 혐의로 공식 조사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총선이 실시된 지난 1일(현지시간) 극우 성향의 루마니아인 연합(AUR) 지지자들이 출구 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루마니아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U 집행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집행위는 지난달 24일 실시된 루마니아 대선과 관련, 틱톡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혐의에 대해 공식 조사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선거의 무결성을 위해 시스템적 위험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경감시켜야 할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어떤 종류의 외국 간섭으로부터도 우리의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특히 선거 기간에 그러한 간섭이 의심될 때마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루마니아 대선에서 외국 세력이 틱톡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심각한 징후가 포착됐다"면서 "틱톡이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지 않음으로써 디지털서비스법을 위반했는지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마니아가 지난달 24일 실시한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친러 극우 성향의 무소속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가 22.94%를 얻어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0.4%에 불과했는데 '틱톡 유세' 등을 통해 순식간에 엄청난 인지도를 쌓았다. 당시 러시아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1차 투표 결과에 따라 제오르제스크는 19.18%로 2위를 차지한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 엘레나 라스코니 후보와 함께 이번달 8일 실시될 예정이었던 결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루마니아 헌법재판소는 지난 6일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결과를 무효화하고 다시 선거를 실시하라고 결정했다. 루마니아 헌재는 명확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루마니아 정보당국 조사 결과 2만5000여개의 텔레그램 계정이 투표일 보름 전부터 틱톡에 제오르제스쿠 후보와 관련한 게시물을 폭발적으로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EU 집행위도 틱톡에게 루마니아 대선 관련 정보를 긴급 요청했는데, 그 안에는 러시아가 대선에서 제오르제스쿠 후보 홍보를 위해 틱톡의 인플루언서들을 동원한 증거가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는 자료 확보를 위해 앞서 틱톡에 루마니아 대선 관련 데이터를 폐기하지 말라는 '보존 명령(retention order)'을 내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