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가입자수 2022년 2837만명에서 3년새 188만명 줄어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 분양가 하락 가능성 낮아"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지난 2022년 이후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집값이 폭등했던 시기 내 집 마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2800만명을 넘어섰지만 3년사이 약 200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신축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에 청약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현실적으로 높은 분양가와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해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 34세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 연 2%대의 주택담보대출을 지원해주는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이 출시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에 홍보물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핌DB] |
◆ 청약통장 가입자수 2022년 2837만명에서 3년새 188만명 줄어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승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청약통장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48만5223명으로 전년 동기(2703만8994명) 대비 2%(55만3771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2년 2837만1714명을 기록한 이후 188만6491명이 줄어든 수치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2550만7354명에 불과했던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2722만4983명으로 6.7% 증가했다. 이후 2022년 114만6731명이 늘었다. 2022년 이후 2년 만에 11.2% 증가했다.
특히 1순위 청약통장의 감소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말 기준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는 1764만5767로 전년 동기(1821만9527명) 보다 약 57만3760명이 줄었다. 1순위 청약통장은 청약 경쟁에서 가장 우선권을 가지는 자격으로 실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순위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같은 기간 881만9467명에서 883만9456명으로 1만9989명이 늘었다. 정부가 지난해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 시행 등 청약제도 개편을 시행한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2순위 가입 규모에 비해 1순위 청약통장 해지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가입자수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청약 시장 수요 이탈의 주 요인은 분양가 상승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최근 1년 간 ㎡당 평균 분양 가격은 1333만7000원이다. 전월과 비교했을 때는 6.6%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25.9% 상승한 수치다.
서울뿐 아니라 대부분의 광역시도 분양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의 ㎡당 평균 분양 가격은 56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울산은 531만원으로 9.5%, 대전이 9.3%, 부산이 6.9% 증가했다.
◆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 분양가 하락 가능성 낮아"
수년간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 이상 돈을 넣어놨지만 오히려 청약 통장을 해지해 생활비나 대출이자 부담 등에 사용하는 수요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높은 분양가에 당첨이 되더라도 자금을 댈 여력이 부족한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양모(39) 씨는 "서울 지역에서 청약을 위해 경기도에서 이사왔지만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평균적으로 10억원을 넘어가는 상황이 되면서 기대를 버린지 오래"라며 "청약이 나오면 넣고 있긴 하지만 경쟁이 높아 당첨이 잘 되지도 않고 혹여나 당첨이 된다하더라도 자금을 어떻게 끌어와야할 지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라 통장을 갖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중랑구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은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무순위 물량은 267가구로 일반분양 총 800가구의 3분의1에 해당한다. 특히 1순위 청약에서 6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전용 84㎡ 역시 청약 포기가 잇따르면서 58가구가 무순위 청약에 나왔다. 분양가는 전용 84㎡가 최고가 기준 13억2700만~13억6800만원이었다.
현재 대출규제 강화로 한도가 축소돼 청약을 비롯해 아파트 거래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출규제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공사비는 떨어지지 않아 분양가 상승이 이어지는 만큼 청약 가입자 이탈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나 인건비 인상됐지만 앞으로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결국 분양가는 우상향 할 수밖에 없고, 그동안 모아놓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청약 시장을 통한 신축아파트보다 구축 아파트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