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만료 시한을 불과 4일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6개월 제재 연장에 합의했다.
그 동안 제재 연장에 반대했던 친러 국가 헝가리가 반대 입장을 철회한 데 따른 것이다.
EU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고, 이 제재는 27개 회원국이 6개월에 한 번씩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연장이 된다.
특히 제재안에는 러시아와의 석유·가스 등 모든 거래 차단과 함께 EU 역내에 있는 1900억 유로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이 러시아 동결 자산을 담보로 500억 달러의 대출을 일으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깃발 [사진=로이터 뉴스핌] |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유럽이 합의에 도달했다. EU 회원국의 모든 외무장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제재 연장으로)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수입을 계속 차단할 수 있게 됐다"며 "러시아는 그들이 초래한 피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지난 24일 러시아 제재 연장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헝가리 반대에 부딪혀 합의가 무산됐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처음엔 반대 입장을 밝히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뜻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 입장을 밝힐 경우 자신은 EU 제재 연장에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와 '제재 없는' 관계를 맺을 때가 됐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곧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를 취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천연가스 차단을 물고 늘어졌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월 1일을 기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과의 가스 운송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보냈던 파이프라인이 차단됐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제재를 원한다면 가스관 운송을 재개해야 하고, 이 파이프라인에 대한 드론 공격이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가 가스관 운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계속 논의를 진행키로 하고, 이 과정에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참여시키기로 하면서 헝가리가 반대 의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향후 접촉에서 우크라이나에 파이프라인 유지를 보증하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측은 이와 같은 EU 측 행보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EU 집행위는 회원국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 및 송유관을 보호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를 통해 EU로 보내는 계약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U가 러시아 천연가스 대신에 아제르바이잔의 가스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