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입찰' 5개사 중 3곳 '철퇴'…남은 중견사도 제재 초읽기
벌떼입찰 의혹에…우미 '계열사 정리', 중흥 '추가 의혹 행위'
대방건설 '오너가 2세' 일감 몰아주기, 205억 과징금·검찰 고발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대방건설의 공공택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지난해 말 조사가 이뤄졌던 건설사들에 대한 제재도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철퇴′를 맞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벌떼입찰' 5개사 중 3곳 '철퇴'…남은 중견사도 제재 초읽기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오는 5월 중 우미건설과 중흥건설 등 2개사의 벌떼입찰 행위를 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 말 이들 건설사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을 심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역시 대방건설·제일건설에 상응하는 수준의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떼입찰은 건설사가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시공 능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 수십 개가 동원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더욱이 지난 2023년 호반건설 2세 일감 몰아주기 사건 이후 벌떼입찰이 2세 소유 계열사를 위한 내부 부당 거래의 수단으로 지목되면서 국토교통부가 "2013년 공공택지 입찰 당첨업체까지 모두 조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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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22년 강민국 의원실은 호반건설, 대방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등의 벌떼입찰 의혹을 제기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LH가 분양한 공공택지 178필지 중 67필지를 이들 건설사가 낙찰받는 과정에서 계열사를 대거 동원한 정황이었다. 공정위는 그해 11월 말부터 이들 건설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우미건설은 22개 자회사를 동원해 900회 이상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기준 40여 개 자회사를 보유한 우미건설은 2019년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LH가 공급한 공공택지 83개 중 11개를 따냈으며, 이 과정에서 22개 자회사를 958회 입찰에 동원했다. 자회사들이 수주한 사업은 대부분 우미건설이 시공을 주도했다. 이후 벌떼입찰 논란이 확산되자 우미건설은 일부 자회사를 흡수 합병해 정리했으며 올해도 계열사 정리를 검토 중이다.
중흥건설은 정부의 조사 대상에 오른 이후에도 벌떼입찰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3년 인천 검단 공동주택용지 AA24블록 추첨에서 새솔건설을 포함한 5개 관계사를 입찰에 참여시켜 낙찰받은 것이다. 새솔건설은 정원주 중흥건설 부회장의 개인회사로, 정 부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 한 고위 간부는 이번 조사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한 상황"이라며 "심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오너가 2세 회사' 대방산업개발 일감 몰아주기에…205억 과징금·검찰 고발
이들 2개사 제재 여부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최근 공정위가 대방건설에 2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벌떼입찰과 관련해 엄정한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대방건설그룹 7개사에 총 205억6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방건설을 검찰에 고발했다.
회사별 과징금 규모는 ▲대방건설(120억원) ▲대방산업개발(20억원) ▲엘리움(11억2000만원) ▲엘리움개발(11억2000만원) ▲엘리움주택(11억2000만원) ▲디아이개발(16억원) ▲디아이건설(16억원) 등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공정위로부터 대방건설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관련 고발 건을 받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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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건설 사옥 이미지 [사진=대방건설] |
대방건설은 2014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자회사들과 함께 벌떼입찰을 통해 확보한 6개 공공택지를 그룹 관계사인 대방산업개발 및 그 산하 자회사 5곳에 전매해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방건설은 벌떼입찰로 확보한 택지 중 일부를 대방산업개발에 매각했다. 해당 택지들은 서울 수도권 신도시 및 혁신도시에 위치해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대방건설이 사업성이 높은 택지를 전매한 배경에는 구교운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방산업개발은 구 회장의 딸 구수진 씨와 아들 구찬우 대방건설 사장의 부인이 각각 지분 50.0%, 49.9%를 보유한 '2세 회사'다. 구 회장은 대방산업개발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거나 개발 택지가 부족할 경우 신규 프로젝트를 부여하겠다고 지시하면서 6개 택지 중 3개를 매각하도록 했다.
그 결과 대방산업개발은 공공택지를 2069억원에 사들인 후 매출 1조6136억 원을 기록하며 그룹 내 주력사로 급부상했다. 이는 대방산업개발 전체 매출의 57%에 해당하며, 영업이익만 2501억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10년 만에 228위에서 77위로 급상승했다.
한용호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법 위반이 중대하거나 명백한 경우에는 고발이 가능하다"며 "이번 사안은 부당 지원 행위로 판단해 고발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매를 지시한 구 회장은 공정위의 고발 기준 점수에 미달해 대방건설만 고발 대상이 됐다. 구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인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부족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대방건설에 앞서 지난해 11월 제일건설은 시정명령과 함께 96억8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제일건설은 제이제이건설 및 완전 자회사 제이아이건설을 동원해 벌떼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