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 소송 최종 패소...정 대표 책임론 확대
데이터센터·에너지 등 신사업 발굴 매진...행정적·법적 리스크 대비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합병(M&A) 계약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가운데,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모색한 신사업 확장 계획에 부담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는 실패로 끝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도했던 인물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 대표는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요가 폭증 중인 데이터센터, 수익성이 높은 에너지 사업 등이 신사업으로 지목된다. M&A를 통한 사업 확장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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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구 신임 대표이사. [사진=현대산업개발] |
이는 신사업으로 낙점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HDC현산은 2019년 11월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이유였다. 정 대표는 당시 HDC현산 경영기획본부장으로서 인수전을 지휘했다.
HDC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HDC현산은 경영권 인수가격 약 2조5000억원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약 2500억원을 납부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였던 금호건설에 323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2177억원을 건넸다. 당시 HDC현산의 보유현금이 약 9200억원(2020년 3분기 연결기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통 큰 결정'이었던 셈이다. 정 대표는 신사업으로 항공산업에 대한 확신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20년 계약은 무산됐다. HDC현산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수 여건이 변했다며 재심사를 요구하자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반발한 탓이다. 이후 계약금 반환을 두고 소송전을 벌였으나 지난 13일 법원은 아시아나항공의 계약금 반환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HDC현산의 손실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정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물론 이번 판결로 인한 HDC현산의 추가적인 실적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계약금은 이미 2020년 대손충당금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HDC현산의 재무 상황도 안정적인 편이다. 이달 HDC현산의 자체개발 사업 단지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가 계약률 95%를 달성한 덕이다. 통상 계약률 70%를 넘기면 공사대금 회수가 원활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원 개발 사업은 총 4조5000억원 규모로 HDC현산은 원활하게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을 확보할 것으로 추측된다. 뿐만 아니라 공릉역세권 개발사업 등 대규모 사업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다만 여전히 정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자체 사업은 순항 중이지만 행정적·법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HDC현산은 이달 중 2022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관련 서울시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영업정지 시 해당 기간동안 신규 수주가 불가능하다. 현재 서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공사 현장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사고에 대한 HDC현산 측 책임이 밝혀질 경우 기업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대형 리스크가 존재하는 가운데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정 대표에 대한 그룹의 기대는 크다. 정 대표는 붕괴사고 후 2년 5개월간 공석이던 HDC현산 사장 자리에 오른 첫 인물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실패하고도 HDC현산이 기존 부사장 3인 경영체제에서 정 대표 사장체제로 변화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정 대표에 대한 그룹의 신뢰를 나타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가 재무전문가로 불리는 만큼 재무건전성 확보 및 신사업 추진 등 본업 이상의 추가적 성과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HDC현산은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전망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검토해 나가고 있다"며 "AI와 DX를 활용해 아이파크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품질과 안전 등 본원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벨로퍼로서 서울원 등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금융을 활용한 새로운 도시개발모델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