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은 24일 새롭게 조성한 상설전시관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를 지난 21일 공개했다고 밝혔다.
'공간_사이'는 상설전시관 조각공예관 3층 청자실과 금속공예실 사이에 위치한다. 금속공예실의 주요 전시품이기도 한 한국의 범종 소리를 주제로 공간을 구성하고 이를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공간_사이'는 다양한 세대, 국적, 장애 유무, 박물관 경험 정도의 차이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관람객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두 개의 전시실 사이 공간이면서 여러 관람객들 사이를 이어주는 의미를 공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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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범종 타종 미디어아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5.03.24 alice09@newspim.com |
'공간_사이'는 2023년에 조성된 '공간 오감'(시각장애인도 함께 즐기는 공감각 전시 학습 공간)과 연결선상에서 기획되었다. 그러나 '공간 오감'이 교육관에 위치해 특정 참여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적 성격을 가진 것과 달리 '공간_사이'는 상시 개방되는 공간인 상설전시관에 조성되어 누구나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서 성격을 가진다.
특정 대상을 위한 특정한 공간이 아닌 다른 전시실과의 조화 속에서 다양한 관람객을 포용하고자 하는 확장성을 담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도와는 차이가 있다.
'공간_사이'는 한국 범종 소리의 원리를 여러 감각을 통해 경험해 보는 공간이다. 한국 범종을 대표하는 국보 '성덕대왕신종' 소리의 특징인 맥놀이(소리의 강약이 반복되며 길고 은은하게 이어지는 현상)를 시각·청각·촉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 중앙에 폭 4m, 높이 4m의 대형 LED 화면 구조체를 배치하여 영상 안에서 '성덕대왕신종'의 거대한 존재감을 구현하였다. 영상에는 한국 범종 소리의 원리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한편 실제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에 기반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성덕대왕신종' 맥놀이를 구성하는 저주파수대 소리를 효과적으로 재현할 수 있도록 스피커를 배치하여 범종음의 청각 체험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하였다. LED 화면 구조체의 뒤편에는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청음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공간 입구 양쪽에 놓인 의자와 LED 뒤편 청음 의자에는 셰이커(소리의 압력을 전달하는 진동기의 일종)가 부착되어, 범종음과 함께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진동 체험은 범종 소리의 시각화와 더불어, 평소 들을 수 없었던 박물관의 종소리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대형 LED화면 구조체의 양쪽에서는 '성덕대왕신종'의 실제 재질 축소 모형과, 범종의 재료인 구리와 주석, 범종을 타격하는 당목의 재료로 꼽히는 느티나무 등에 대한 촉각 체험을 통해, 범종의 소리의 원리에 대한 이해를 더한다. 특히 촉각 체험 영역에는 '성덕대왕신종'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범종의 소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 등 보다 자세한 정보를 QR로 제공한다.
'공간_사이'는 한국 범종 소리의 원리를 여러 감각을 통해 경험해 보는 공간이다.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는 한국어를 기본으로 한국수어, 음성해설, 큰 글씨, 영어 번역과 함께 제시되어 전시실을 찾는 관람객 누구나 불편함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됐다.
또한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 조성 과정에서 '성덕대왕신종' 소리의 구현과 전달 방식, 접근성에 대한 고민들을 여러 전문가들과 나누며 내용을 완성했다. 여기서 제시하는 '성덕대왕신종' 음향에 대한 모든 데이터는 2020∼2022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한 타음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조완호·정인지, 한국기계연구원 우정한·김봉기, 한국과학기술원 이정권이 측정한 음향이 바탕이 되었으며 조완호와 정인지는 전시 영상과 자료 전반에 대한 자문과 감수를 담당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박물관 전시품의 본질에 다가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양한 관람객의 전시 접근성을 높이고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을 만들려는 방향성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