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경영 복귀, AI 대전환 시점서 이사회 의장 맡아
'라인·웹툰·클로바'까지…글로벌 전략 이끈 창업자 귀환에 관심
'On-Service AI' 전환 가속,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 혁신 기대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네이버의 미래 전략에 다시 힘을 싣는다. 이해진 창업주는 지난달 26일 열린 '제2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의장직까지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해진 의장의 경영 복귀는 창업자가 다시 전면에 나섰다는 상징성과 함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AI 경쟁 격화 속에서 네이버의 명운을 건 '전략적 복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7년생인 이 의장은 서울 출신으로, 아버지 이시용은 1990년대 삼성생명 대표이사를 지낸 유명 경영인이다. 이 의장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계산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산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업을 마친 그는 1992년 삼성SDS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삼성SDS 재직 시절 사내에서 검색엔진 개발 아이디어를 추진,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1997년 삼성SDS 사내벤처 '네이버' 팀의 소사장으로 임명돼 본격적인 인터넷 검색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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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이 의장은 동료들과 함께 독립해 네이버컴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의 자체 검색 포털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한국 인터넷 검색 시장은 외국계 포털 야후(Yahoo)가 주도하고 있었으나, 이 의장은 한국어에 최적화된 검색 기술과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져 국내 검색 포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2002년 도입한 지식iN Q&A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질문과 답변을 서로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를 크게 늘릴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네이버는 2000년대 중반 야후코리아 등의 경쟁자를 제치고 국내 검색 포털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 네이버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 2000년대 내내 초고속으로 성장하며, 한게임과의 합병으로 탄생한 엔에이치엔(NHN)을 통해 포털과 게임 사업을 모두 성공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이 의장의 지휘 아래 네이버는 2017년 연매출 4조 원이 넘는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같은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만큼 기업 규모가 커졌다.
◆ '콘텐츠'부터 '플랫폼'까지…'GIO' 이해진의 글로벌 확장 전략
이 의장의 경영 철학은 기술 중심 혁신과 투명한 기업 운영으로 요약된다. 언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회사를 이끄는 스타일로, 이 의장은 코스닥 상장 이후 직접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기도 했으나, 이듬해 김범수 공동대표에게 경영을 맡기고 미래 전략 구상에 집중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후 그는 네이버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이끌었으며, 2013년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현 NHN) 간 기업 분할 이후에도 의장직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7년 3월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2018년에는 등기이사직에서도 사임하며 공식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섰다.
대신 이 의장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라는 직함을 맡아 직접 경영 대신 해외 사업 개발과 투자에 전념하며 네이버의 '미래 개척자' 역할을 수행했다. 유럽에 장기간 체류하며 현지 스타트업과 기술 동향을 탐색하고, 북미와 아시아의 유망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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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2사옥 '1784'. [사진=네이버] |
이 의장은 글로벌 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직접 진출뿐만 아니라, 코렐리아캐피탈 펀드 출자 등을 통한 유럽 시장 간접 진출과 전략적 합병 등을 통해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기반을 확장해왔다. 그 일환으로 그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의 협의를 통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추진했고, 2021년 양사가 통합되며 Z홀딩스가 출범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합작 법인인 A홀딩스를 통해 Z홀딩스(현 LY)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네이버 웹툰 역시 이 의장이 키워낸 글로벌 서비스다. 2004년 시작된 웹툰은 이 의장의 꾸준한 투자로 2010년대 중반부터 영어, 중국어, 태국어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혔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디지털 만화 플랫폼 중 하나로 성장했다.
2021년에는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약 6억 달러(약 6500억 원)에 인수해 웹툰과 웹소설을 아우르는 글로벌 스토리텔링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했다. 왓패드 인수를 통해 네이버는 왓패드의 9,000만 명대 이용자까지 품어 총 1억 6000만 명 이상의 전 세계 독자 기반을 확보하게 됐고, 웹툰 IP를 영상이나 출판으로 확장하는 콘텐츠 제국 구축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에 선보인 카메라 앱 스노우와 AI 플랫폼 클로바도 이 의장의 지원 속에 탄생했다. 스노우는 한때 아시아 지역에서 스냅챗에 견줄 만큼 인기를 끌었던 증강현실 카메라 앱으로, 젊은 사용자층을 사로잡으며 네이버의 모바일 콘텐츠 역량을 넓혀주었다. 클로바는 2017년 네이버와 라인이 공동 개발한 AI 플랫폼으로, 음성 인식 비서, 번역기(파파고), 스마트 스피커 등에 적용되며 네이버의 AI 기술력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 의장으로 복귀한 이해진, 초거대 AI로 네이버 AI 전환 가속
AI 분야에서 이 의장의 승부수는 초거대 AI 개발이다. 이 의장은 2010년대 후반부터 네이버를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집중, 검색과 콘텐츠로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클라우드와 AI 분야를 육성했다.
2013년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2017년부터는 클라우드 사업을 본격화했다. 당시 이 사업은 2009년에 설립된 자회사 NBP가 맡았다. 현재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 네이버랩스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을 수출하며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의 본격적인 초거대 AI 승부는 2021년 한국어 특화 초대규모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 의장은 미국과 중국 빅테크들과의 AI 기술 선점 경쟁 속에서 네이버만의 길을 모색했고, 현재 네이버는 자사 초거대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챗봇, 검색, 쇼핑, 번역, 광고 추천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을 전면에 도입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출시된 '클로바X' 챗봇은 네이버의 AI 전략을 상징하는 서비스로, 사용자 맞춤형 검색과 대화형 정보 탐색, 자연어 기반 콘텐츠 생성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한다. 이외에도 AI 추천 시스템은 스마트스토어 상품 추천, 뉴스 편집, 네이버 예약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되며 고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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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장은 지난 26일 열린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는 2017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7년 만의 공식 복귀다. 이사회 의장이라는 직책은 이사회 운영을 총괄하고 기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위치다.
이해진 의장의 복귀는 단순한 역할 복원이 아닌, '전략적 복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생성형 AI, 클라우드 컴퓨팅, 콘텐츠 IP 확장 등 기술 기반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시점에서, 창업자의 철학과 방향성이 회사의 미래에 직접 투영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수연 대표는 이 의장의 복귀에 대해 "경영진에게 조언을 하고 회사의 철학을 전달하는 역할은 계속되겠지만, 글로벌 투자와 사업 운영 책임은 온전히 경영진에게 맡겨졌다"고 설명하며 새 거버넌스 체계를 소개했다.
이에 네이버는 이사회 재편과 함께 AI·글로벌 전략을 위한 조직 개편도 병행하기로 했다. 기존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김남선 리더는 미국 포시마크 이사회 의장 겸 전략투자 책임자로 이동하고, 후임에는 재무 전문가 김희철 센터장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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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
한편, 네이버는 지난해 연매출 10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인터넷 플랫폼 기업 최초로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커머스, 웹툰, 클라우드, AI 등 주요 사업부의 고른 성장 덕분이다. 앞서 이 의장은 사내 미래기술 연구조직과 클라우드 조직 등을 독립시켜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고, 웹툰·웹소설·메신저 등 주요 서비스 자산을 글로벌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거나 독립 운영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확장성을 키워왔다.
올해 네이버는 On-Service AI 전략을 기반으로 검색, 광고, 콘텐츠, 커머스 전 영역에 걸친 AI 전환을 본격화한다. 특히 AI 에이전트는 커머스를 중심으로 먼저 도입해 개인 맞춤형 쇼핑 경험을 구현하고, 이후 글로벌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해진 의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네이버)는 구글 같은 빅테크에 맞서 25년을 견뎌온 회사"라며 "늘 정면승부를 할 수는 없었지만, 모바일 시절 해외에 진출했듯 AI 시대에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도 몇 가지 아이디어와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움직임들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협업할 것이 있다면 해야 한다. 엔비디아 같은 곳과도 여러 협력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dconnec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