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에 가담한 두 딸을 둔 올파의 가족 이야기
칸 영화제 다큐 수상작, 아카데미 장편 다큐상 후보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튀니지에 사는 올파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여자만 있는 집에서 자라면서 어쩔 수 없이 이웃 남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그래서 스스로 강해져야 했다. 성별만 여자일 뿐 남자 못지 않게 자신을 단련했다. 떠밀리다시피 결혼한 뒤에 운명처럼 딸만 넷을 뒀다. 남편에게 몸을 허락한 건 아이를 낳을 때 뿐, 극도로 남성들을 경계했고 딸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네 딸의 양육과 안전은 온전히 올파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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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다큐멘터리 '올파의 딸들'. [사진 = 필름다빈] 2025.04.08 oks34@newspim.com |
올파는 현재 셋째 에야, 넷째 타이시르와 함께 살고 있다. 첫째 고프란과 둘째 라흐마는 함께 살지 않는다. 두 딸은 2015년 리비아로 건너가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해 위장 결혼을 한 뒤 테러리스트가 됐다. 두 딸은 어떻게 해서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됐을까. '올파의 딸들'은 그 해답을 찾아 나선 작품이다. 이와 더불어 빈곤과 차별이 대물림되는 제3세계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올파의 딸들'을 통해 무엇이 두 딸을 극단주의자로 내몰게 됐는지 단서를 찾아 나선다. 이 다큐멘터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독특한 구성 방식에 있다.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뒤섞으면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파와 셋째와 넷째 딸이 카메라 앞에서 예전에 있었던 일을 직접 연기했다. 올파가 감정적으로 재연하기 힘든 대목에서는 배우가 나선다. 같이 살지 않는 첫째 딸 고프란과 둘째 딸 라흐마는 배우들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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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다큐멘터리 '올파의 딸들'. [사진 = 필름다빈] 2025.04.08 oks34@newspim.com |
올파는 딸을 키우면서 겪었던 세대 갈등에 대해 회고한다. 올파는 딸들이 자유분방한 사고와 행동을 하는 걸 참을 수가 없다. 이슬람 사회에서 요구하는 '현모양처'의 모습에서 멀어질 때마다 빗자루가 부러질 때까지 딸을 때리기도 했다. 올파가 성장하면서 경험했던 남성의 폭력성이 자식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딸들은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다.
고프란과 라흐마는 2011년 튀니지 혁명으로 이슬람 극단주의가 세력을 뻗치자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밖에 나갔다가 남자들에게 린치를 당한 후 눈만 빼고 온몸을 가리는 니캅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두 딸은 니캅을 입고 다니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되어 갔다. 니캅을 입지 않는 엄마와 동생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하는 등 날로 과격해졌다. 두 딸은 결국 집을 뛰쳐나가서 IS에 합류하여 테러리스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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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다큐멘터리 '올파의 딸들'. [사진 = 필름다빈] 2025.04.08 oks34@newspim.com |
올파는 딸들을 구출하고자 애쓰지만, 연락조차 어렵다. 몇 년 뒤에 테러와의 전쟁 와중에 그들이 체포됐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조직의 우두머리와 결혼해 외손녀를 낳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감독은 극단주의자로 변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와 영상, 남은 가족의 인터뷰를 통해 고통을 들춰낸다. 또 10대 청소년들, 특히 여성들의 극단주의 동조가 어떻게 전염병처럼 번졌는지 설명한다.
현재 올파는 이집트 남자와 결혼했다. 외손녀 파트마를 입양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다큐멘터리상을 차지했다.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15세 이상 관람가.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