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9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중국이 한 치 물러섬 없는 관세 정면 대결을 펼치면서 글로벌 시장이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독일에서 주류 정치권이 차기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17.02포인트(3.50%) 떨어진 469.89로 장을 마쳤다.
전날 2.72% 반짝 반등했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올랐던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미래를 걱정하는 불안한 투자심리를 대변했다.
이 지수는 최고점 대비 16.9%까지 떨어져 약세장에 가까워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609.38포인트(3.00%) 내린 1만9670.88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231.05포인트(2.92%) 하락한 7679.48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237.40포인트(3.34%) 물러선 6863.02에,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926.48포인트(2.75%) 떨어진 3만2730.57로 장을 마쳤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242.10포인트(2.01%) 내린 1만1823.50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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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과 중국은 미래나 글로벌 파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치킨게임'을 계속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기존 34%에서 84%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과 3월 펜타닐 유통을 문제 삼아 총 20% 관세를 중국에 물린 뒤, 지난 2일 상호관세 34%를 덧붙여 관세율을 54% 올렸다.
이에 중국이 미국에 34%의 보복관세를 결정하자 트럼프는 또 다시 50%를 얹어 최종 104%라는 기록적인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그러자 이날 중국이 똑같이 50%를 올려 84%를 물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유럽연합(EU)도 중국 만큼 격렬한 반응은 아니지만 미국에 대한 보복에 돌입했다. 오는 15일부터 미국산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TS롬바드의 리서치 책임자 안드레아 시치오네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 간 협상에 큰 진전이 없다"며 "협상 중 일부가 어느 정도라도 성공을 거두면 조금은 안도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오기까지 경기 침체 위기가 계속 커질 것이기 때문에 건설적인 분위기 조성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IG 그룹의 수석 기술 분석가인 악셀 루돌프도 "중국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상황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이라며 "변동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시장은 이제 막 약세장의 시작점에 서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독일 정치권의 연정 협상 타결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독일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연합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이날 연립정부 구성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외무·내무 장관은 기민·기사연합 측이, 재무·법무·국방 장관은 사민당이 맡기로 했다.
차기 총리 선출과 연정 공식 출범은 5월 둘째 주에 이뤄질 전망이다.
주요 섹터 중에서는 제약주가 5.8% 하락해 2022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바티스와 노보노디스크, 아스트라제네카, 로쉐 등 메이저 제약업체들이 모두 5.8~6.9% 하락했다.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에너지 주가가 5% 주저 앉았고, 중국 수요 둔화 우려로 기초자원 섹터도 3.7% 하락했다.
금리에 민감한 은행주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 강화와 함께 3.1%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