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진과 지예은, 기안장 직원으로 맹활약
'효리네 민박'과는 정반대인 울릉도 킬링 민박
바지선 위, 외딴 산속 무늬만 '5성급' 숙소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울릉도 깊은 산속, 아슬아슬한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곳에 민박집이 있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집을 개조한, 굴뚝도 없는 벌레들의 천국이다. 단 하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광은 일품이다. 바다 위 바지선에 지은 민박집은 더 가관이다. 3.8미터 높이의 2층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클라이밍을 해야 한다. 2층에서 1층 부엌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봉을 타고 다녀야 한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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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민박집 기안장 주인 기안84. [사진 = 넷플릭스 제공] 2025.04.15 oks34@newspim.com |
'효리네 민박'을 통해 민박 버라이어티 장르를 개척한 정효민 PD와 윤신혜 작가, 날것의 솔직함이 매력인 기안84가 만나 탄생시킨 신개념 민박 예능 '대환장 기안장'은 보는 내내 어이가 없다. '효리네 민박'이 힐링 민박이었다면 '대환장 기안장'은 킬링 민박이다.
예능의 대세가 된 기안84가 울릉도에 청춘을 위한 민박집을 열고, 직원인 BTS 진, 지예은과 함께 민박집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이 민박집이 기안84의 만화적 발상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바다 위 둥둥 떠 있는 바지선 그 위에 있는 민박인 기안장 본관부터 모노레일을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별관까지 기안84가 설계했다. 실용성은 제로이고, 재미는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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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모노레일이 유일한 교통수단인 민박집 '기안장'으로 가는 모노레일. [사진 = 넷플릭스] 2025.04.15 oks34@newspim.com |
직원으로 끌려온 진과 지예은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울릉도의 낭만을 그리며 찾아온 민박 손님들은 모든 것이 환장할 노릇이다. 마치 5성급 호텔처럼 조식도 주고, 헬스클럽도 있고, 수영장도 있지만 현실은 지옥 민박이다. 낡은 모노레일을 목숨 걸고 타야 하고, 벌레들과 잠들어야 하며 대롱대롱 매달린 숙소에서 자야 한다.
'대환장 기안장'의 재미는 기안84라는 엉뚱한 웹툰 작가의 상상력 속으로 함께 여행하는 데 있다. 무엇 하나 평범한 것이 없는 환경에 몰입하면서 엉뚱한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직원들이나 민박집을 찾는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면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군대 내무반 시설보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민박은 의외의 재미가 있다. 그 중심에 기안84가 있고, 민박집 직원인 진이나 지예은이 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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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대환장 기안장' 포스터. [사진 = 넷플릭스] 2025.04.15 oks34@newspim.com |
그러나 한편으로는 재미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현장이 아슬아슬하다. 안전 대비책을 세워두고 촬영 전까지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쳤다지만 시청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래도 민박집 주인이 된 기안84는 특유의 섬세함과 따스함으로 직원들과 손님들을 배려한다. 기안84는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위기를 극복한다. 남들을 배려하는 섬세함과 따스함이 기안84가 예능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유가 아닐까.
하늘을 뒤덮은 별을 세면서 잠들고, 바다로 이어지는 워터슬라이드가 있으며, 깊은 산속에서 헬스를 즐기면서 웃고 싶은가. '봉'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방이나 연기 풀풀 나는 아궁이에 앉아 불을 때 보고 싶은가.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했다면 '대환장 기안장'은 볼 만한 예능이다. 대개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기존의 성공작들을 베끼거나, 끊임없는 동어 반복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기안84의 상상력은 신선한 재미가 아닐 수 없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