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연장돼 5년간 수명 유지…올 연말 일몰 앞둬
민주당, '제도 상시화·공제율 상향' 법안 대표발의
조세연 "실효성 제한적…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반기 세법 논의 주목…기재부 "여러 대안 검토"
올해 '덜 걷는 세금'인 국세 감면액은 78조원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감세 기조로 3년 연속 국세 감면율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일몰을 앞둔 조세 정책 72건에 대해 적극적인 정비를 추진할 방침이다. 일몰될 조세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지난 2020년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도입된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가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7번째 연장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한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제도를 상시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재정 부담과 형평성 등을 고려한 종료 필요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현재 야당은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상시 제도로 전환하고 공제율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지출 부담 등을 고려해 제도 효과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방향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 코로나 팬데믹에 제도 부상…소공인 "여전히 사정 어려워" 호소
16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는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한 상가 임대인에게 인하 금액의 일정 비율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다. 종합소득금액과 임대료 인하액을 합한 기준소득금액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50%를, 1억원 이하일 경우 70%를 공제해 준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대규모 폐업 사태가 발생하자, 임대료 감면을 유도하기 위해 이와 같은 한시적 세제 혜택을 도입했다. 당초 2020년 말까지만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이후 총 여섯 번에 걸쳐 제도의 수명을 늘렸다. 지난해 연말에 연장을 결정함에 따라 오는 12월 말에 일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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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감면액은 2021년 1659억원, 2022년 1765억원으로 각각 추산된다. 제도를 운영한 5년 간 평균 2000억원 안팎을 지출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기준으로 임대 사업자 약 10만4000명이 1인당 455만원의 임대료를 감면하고, 228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은 소상공인 임차인 수는 약 18만명으로 조사됐다.
다가오는 제도 일몰을 앞두고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에는 소상공인들의 경영 사정이 여전히 어렵다는 사실이 자리한다. 당초 정부가 팬데믹으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세액공제 지원을 시작한 만큼, '역대급 한파'로 꼽힐 정도로 여건이 나쁜 지금에도 동일한 혜택을 이어가야 한다는 당위다.
소상공인연합회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 사업자 대출 규모는 1123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3달 이상 연체가 발생한 상환 위험 대출자는 15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약 30%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업체 매출 변동을 묻는 설문에는 88.4%에 달하는 소상공인이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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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소상공인 손실보상' 신청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첫 3일간(27~29일)은 매일 4회 지급된다. 오후 4시까지 신청하면 당일에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 신청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오프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11월 3일부터 사업장 소재지 내 가까운 시·군·구청에 마련된 손실보상 전용 창구에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손실보상금을 지급받는 업체 수는 식당·카페가 45만개사(73.6%·1조3000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미용업과 목욕장 5만2000개사(8.5%), 학원 3만2000개사(5.2%) 순이었다. 업종별 평균 보상금액은 유흥시설이 634만원으로 가장 높다.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유흥시설 밀집지역. 2021.10.27 pangbin@newspim.com |
이런 경기 한파 속에 자영업자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570만명)과 비교해 20만명 이상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 직전이던 2023년 1월(549만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사실상 팬데믹(감염병) 당시 수준까지 후퇴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매출이 줄어 폐업을 선택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올해 전망도 비관적인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61.2%가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응답자의 43.6%가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수 한파로 인한 '보릿고개'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 야당, 제도 상시화 법안 발의…정부 "실효성 따져봐야" 신중론
현재 야당을 중심으로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상시 제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만료될 예정인 일몰 기한을 삭제하고, 현행 50%·70%인 공제율을 60%·80%로 10%포인트(p) 늘리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올해는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으로 내수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소상공인은 소득으로 당장 생계조차 감당하지 못하자 대출을 연체하고 폐업을 결정하는 등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며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상시화하고 공제율도 상향함으로써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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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 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 신청 현황 [자료=구자근 의원실] 2024.10.11 100wins@newspim.com |
반면 정부는 아직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이른 시점으로, 제도의 효과를 보다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재정 부담과 형평성 문제에 대한 고려와 함께 지원 방식에 대한 고민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조세연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의 실효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연은 "제도 운영의 타당성은 인정되나, 효과성 내지 실효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상가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서 제한적 활용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제도로 인한 유의미한 통계적 임차료 감소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기재부는 하반기 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의 향후 존속 여부는 정부의 재정 기조와 여야 정치권의 입장차 등 속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는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감면액 규모나 실효성,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세법 개정안 마련 시점까지 연장 여부를 포함한 여러 대안을 열어두고 논의할 계획이다. 국회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