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이후 의심 신고도 늘어
노후화에 따른 하수관 손상·지하 공사 등 원인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최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땅 꺼짐(싱크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는 노후화된 하수관을 교체하는 등 정부가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자하고 기반시설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이후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지반침하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30대 오토바이 운전자의 목숨을 앗아간 명일동 싱크홀 사고 지점으로부터 불과 2.5km 정도 떨어진 강동역 인근 횡단보도에서는 소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달 2일에는 강동구 길동 신명초등학교 인근에서, 13일에는 마포구 5호선 애오개역 2번 출구 인근에서, 15일에는 중랑구 신내동 중랑구청 인근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최근 세 차례나 싱크홀이 발견된 강동구 주민들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강동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 씨는 "예전에는 별 생각 없이 다녔던 길인데 요즘에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발 밑을 보면서 걷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연모 씨는 "차를 타고 다니는데 갑자기 땅이 꺼질까봐 무서워서 일부러 과속을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주부 정모 씨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 불안하다"며 "조금만 금이 가있어도 싱크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도로 균열과 아스팔트 침하를 싱크홀로 오인하고 신고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지난 16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과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인근에서 싱크홀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한때 도로 일부가 통제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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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이후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지반침하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 현장에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위원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는 모습. 2025.03.31 choipix16@newspim.com |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전국 지반침하 사고(1389건) 중 노후화에 따른 하수관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394건(45.4%)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다짐(되메우기) 불량(18.0%), 굴착공사 부실(9.8%), 기타매설물 손상(7.0%)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에 매설된 하수관로의 30% 이상이 설치된 지 50년 넘은 초고령 노후 하수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경과연수별 하수관로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하수관 55.5%가 설치 후 30년이 지났으며, 50년 넘은 하수관도 30.4%에 해당한다.
하수관 교체가 시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서울시는 "30년이 도래한 하수관로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부터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30년 넘은 하수관로에 대한 전수조사 역시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서울시는 "공기업하수도특별회계 재원만으로는 안정적인 하수도 정비에 한계가 있다"며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교체 비용이 막대하더라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재정을 투자해 기반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근본적인 싱크홀 발생 원인을 알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조 교수는 "최근 싱크홀이 많이 발생한 강동구, 송파구 등 지역은 한강변으로 땅속에 한강물과 천연 지하수 등이 흐르고 있다. 지하 공사를 할 때는 많은 물을 뽑아내는데, 이 때 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모래와 자갈이 떨어져나가고 땅 속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은 특히 상하수도 공사나 지하철 공사 등이 많이 이뤄지는데 공사를 하면 땅이 약해진다"며 "따라서 공사가 마무리되면 땅 속에 생긴 구멍을 잘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시는 대규모 지하 굴착 공사장과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지표투과레이더(GPR, Ground Penetrating Radar) 탐사도 집중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해 조 교수는 "현재 GPR 장비는 전자파가 지표면의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며 "싱크홀 현상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선 적어도 지표면으로부터 4~5m 거리의 지층까지 분석할 수 있는 고급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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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이후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지반침하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부도로사업소 관계자들이 서울 마포구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2번 출구 앞 차로의 땅꺼짐 복구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2025.04.13 yym58@newspim.com |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