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년 만에 증원 계획 무산…의료계에 '백기'
비상진료체계에 재정 1조 지출…"이럴거면 왜"
국민·환자 희생 감내했는데…"사기극에 불과"
김윤 의원 "복지부, 사기 아니라는 설명해야"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정부가 불과 1년 2개월 만에 의과대학 증원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보건의료·환자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와 복지부는 지난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 규모를 증원 전인 3058명으로 확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5년간 연 2000명씩 늘려 약 1만명의 의사를 배출하겠다는 목표였다. 복지부는 당시 홍윤철 서울대 교수의 '미래 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 인력 적정성 연구' 등 3편의 논문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의료계는 충분한 논의 없이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며 의사집단행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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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정책과 의료개혁 정책 추진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재정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섣불리 정책을 추진하고 끝맺음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쓰인 건강보험 재정은 건보료 인상 등 고스란히 국민이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예산정책처의 '의료개혁과 비상진료대책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전망'에 따르면 전공의가 의사집단행동으로 집단 사직을 하면서 정부는 지난해 비상진료체계 가동에 1조3490억원을 투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작금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정부 관료들의 보신주의와 무책임의 극치"라며 "이번 정부의 모집인원 동결 결정은 의사 집단의 특혜를 특권으로 공식 승격해 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의사인력 증원과 의료개혁을 통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계획만 믿고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과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도 반대하지 않았다"며 "지난 1년 2개월 동안의 의료공백 사태에도 국민과 환자는 견디며 버티며 엄청난 피해와 고통도 감수했다"고 했다.
안 대표는 "그 결과가 정부의 사실상 의대 정원 증원 정책 포기 발표라니 참담하다"며 "정부가 국민과 환자 앞에서 약속했던 의사 인력 증원과 의료개혁의 근본적인 방향을 뒤집는 배신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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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2024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12 choipix16@newspim.com |
한편,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의료인력의 적정 수준을 정하는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정책 과제들도 실행해 의대 증원 정책이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당초 2000명을 주장한 복지부가 브리핑 등을 통해 현 상황과 동결로 인한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의사 숫자와 속도는 다차원적인 고민이 필요한 문제고, 당장 한해 증원 유보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17일 교육부의 결정을 내놓은 후 안타깝다는 입장문을 내놓은 후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증원의 속도와 배출된 인력이 필요한 곳에 배치되는 의료개혁 정책이 맞물려 효과를 내기 때문에 내년 2000명이 당장 줄었다고 해서 엄청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추계위를 통해 객관적이고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