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50일 가깝도록 북측 묵묵부답
김영호 통일 "유엔사 통해 협조 중"
정부는 6년 전 '강제북송' 트라우마
발전상 보고 '귀환' 번복할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지난달 7일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2명의 북송이 지연되면서 사태가 장기화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24일 "구조된 2명은 모두 남성으로 가족들이 있는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본인 의사를 존중해 판문점 채널 등을 통해 소통하려 시도했지만 북한의 거부로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 |
북한이 지난달 7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 2명을 본인 의사에 따라 북송하려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의 접촉 거부로 장기화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는 모습. [뉴스핌 자료사진] |
정부는 김정은이 지난해 초부터 한국을 '제1의 주적' 운운하면서 대남 적대감 고취와 차단책을 쓰고 있는 게 이번 사태의 배경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신과 교류를 완전 차단해 남북이 적대관계임을 강조하려다보니 표류한 주민까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등 대북부처는 유엔사를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 답변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질의를 하자 "통일부가 유엔사와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북측의 '송환 동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북부처가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탈북선원 강제북송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해 11월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선박에서 탈북 남성 2명이 우리 해군에 의해 발견됐는데, 당국은 이들을 조사한 뒤 선상살인 등의 혐의가 있다면서 닷새만에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로 신병을 넘겼다.
![]() |
[서울=뉴스핌] 2019년 11월 7일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통일부 직원이 촬영한 탈북 어민 강제북송 관련 송환 사진. [사진=통일부] |
비밀리에 이뤄진 일이지만 국회에 출석했던 김유근 당시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의 휴대폰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근무하는 장교가 관련 내용을 보고한 문자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현재 이 사건은 재판에 회부돼 1심 재판부가 "이런 행위가 위법했다는 건 확인할 필요도 없다"며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하는 등 진행 중이다.
자칫 이번 사태가 장기화 하거나 본인들의 뜻에도 불구하고 북송되지 않을 경우 이를 둘러싼 의혹이 번지거나 뒷말이 나올 수 있어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은 사태처리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대북정보 관계자의 귀띔이다.
실제 일부 보수 성향 유튜브 등에서는 '정부가 이번에도 표류 주민을 강제로 북송시키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2명의 주민은 현재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는 보안시설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본래 한국 정착을 희망하는 경우 조사절차를 마친 뒤 통일부가 관리하는 경기도 지역 하나원이나 강원도 화천의 제2하나원(남성 전용)에서 적응 교육을 받는 게 원칙이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본인들이 북송을 희망하고 있어 차이가 나는 것이다.
관계당국은 당초 북송을 희망해온 이들 북한 주민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한국에 남겠다고 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가족이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북한으로의 귀환의사를 밝혔지만 보호기간 중 한국의 신문‧방송을 접하고 발전된 모습을 직접 체감하면서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건 본인들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라며 "대남 대립각을 세워 온 김정은의 입장 때문에 장기간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