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자 재판서 "관련 재판받고 있어 증언거부권"
'이재명 성남시장 보고' 등 檢 질문에 6시간 진술거부
檢과 "뭐하는 거냐" 언성 높이자 재판부 "많이 나갔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함께 재판받고 있는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28일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재판에서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정 전 실장은 약 6시간 동안 이어진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고 검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재판부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속행 공판을 열고 정 전 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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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이 현재 이 사건의 공범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지 확인한 뒤 증언거부권이 있다고 고지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르면 자신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검찰은 증인 선서를 한 정 전 실장에게 2023년 1월 검찰 조사 당시 작성된 조서를 제시하며 '진술한 대로 서명, 날인한 게 맞느냐'고 물었지만 정 전 실장은 "재판을 받는 관계로 일체 증언에 대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2014년 5월경 이재명 성남시장의 정책개발과 정당업무 등을 담당했는가', '2014년 6월경 이 시장이 재선되자 정책비서관으로 재임용됐나', '언제 어떤 경위로 이 시장을 만나 함께 일했나', '이 시장에게 대장동 사업 보고서를 보고했나' 등 자신의 경력 및 업무와 관련된 질문에도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이 유동규 전 본부장의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임명 날짜와 관련된 질문에도 증언을 거부하자 "이 질문은 몰라서 증언을 거부하는가", "증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정 전 실장은 "제가 증언을 거부하기로 마음 먹은 동기를 말하자면 백현동 관련 1·2심에서 검찰이 (저를) 증인신청했고 1심에서 나가려고 했는데 검찰이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데 굳이 증인으로 나올 필요가 있냐'고 해서 안 나갔다"며 "2심에선 나갔지만 전체적인 증인신청과 관련해 신뢰가 거의 없고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증언을 해도 언론에서는 항상 제가 생각하지 않은 부분을 비틀어서 쓰기 때문에 어떤 증언도 할 수 없다"며 "33부에서는 재판받고 있어 제가 아는 대로 상세히 답변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다른 재판을 말할 건 아닌 게 우리 (재판부) 피고인들도 그 재판에 가서 장시간 증언했고 증인이나 증인의 변호인도 상당기간 반대신문했다"며 "다 물어놓고 본인은 한마디도 안 하면 형평성에 비춰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은 "마음먹은 게 있으니 증언을 거부하겠다. 양해해달라"며 이어진 검찰의 질문에도 모두 답하지 않았다.
정 전 실장은 이날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기자들과 접대를 받았느냐'고 묻자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발끈하기도 했다.
또 재판 말미에는 검찰이 이 전 대표의 증인 불출석과 정 전 실장의 증언거부권 행사를 지적하며 '본인 의견과 주장을 재판에 다른 방식으로 반영해달라고 할 계획이 있느냐'고 하자 "그만 하라. 뭐 하는 거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검찰도 "증인이야말로 뭐 하는 거냐"고 맞받아쳤고 재판부는 "두 분 다 그만하라"고 중재한 뒤 정 전 실장을 향해 "많이 나갔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음 공판에서는 유 전 본부장 등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이 이어진다. 재판부는 앞으로 최소 3차례 정 전 실장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유 전 본부장 등은 대장동 민간업체인 화천대유 등에 택지개발 배당이익과 시행이익을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대장동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성남시 내부정보 등을 이용해 788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후보와 정 전 실장은 각각 성남시장과 성남시 정책비서관 재직 시절 직무상 비밀을 누설해 민간업자들이 부당이득을 얻게 하고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대장동 사업구조를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돼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재판받고 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