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축소 예산안 하원 통과에 "자본 이탈" 경고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지적했다.
통신은 관세 불확실성에 더해 최근 미국 공화당이 청정 에너지 등 핵심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더 이상 안정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미 하원은 지난 22일 청정에너지 보조금 축소를 골자로 한 초대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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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풍력,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주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제공돼 온 세액공제 및 양도 혜택을 대폭 조기 종료하는 내용이 담긴 이번 예산안은 상원 통과 절차를 앞둔 상태로, 하원에서 단 한 표 차이로 가결된 만큼 상원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상원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손바닥 뒤집듯 뒤바뀌는 미국의 정책 상황은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를 급격히 떨어뜨려 자본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약 650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알렉스 비바니는 "투자자 입장에서 메시지는 분명하다"면서 "미국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제공하던 신뢰할 수 있는 투자 기반을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바니는 "만약 상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는 미국 청정기술 정책의 급격한 후퇴를 의미하게 된다"며, 이는 "정책의 확실성과 재정적 예측 가능성이라는 미국의 경쟁력을 훼손시켜, IRA 이후 세계 최대 청정기술 투자처로서의 지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설령 상원에서 일부 조항이 저지된다 해도, 유럽의 자산운용사들은 새로운 차원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직면하게 되며, 결국 더 안정적인 국가로 투자 자금을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주식 애널리스트들은 공화당 하원이 통과시킨 이번 법안이 "에너지 전환 전략에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나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블랙록에서 테마섹과 함께 '탈탄소화 파트너스'를 운영하며 기후 및 에너지 전환 분야에 투자했던 타일러 크리스티는 "미국 정책의 극단적인 변동성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불확실성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경우 반대로 "에너지, 안보, 자원이라는 실존적 과제를 다루면서 정책 정합성과 예측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티는 "미국과 유럽의 자산운용사 모두 정책 일관성과 수요 기반이 강한 유럽 프로젝트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공화당 하원이 IRA에 가한 이 '대형 해머질'은 미국 정책의 새로운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이미 유럽 투자계에 차가운 기류를 퍼뜨리고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는 지난달 "미국 시장 회피를 위한 대규모 포지셔닝 변화가 고객 사이에서 감지되고 있다"면서 이는 스튜어드십(책임 투자)의 부재부터 주요 기후 정책의 퇴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UBS 그룹도 미국 주식 ETF(상장지수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이 상당한 수준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