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식 대지 축대를 기와로 조성' 첫 확인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오는 29일 백제 사비기 왕성인 '부여 부소산성' 발굴현장에서 2023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한 17차 발굴조사 성과를 소개하는 공개설명회를 개최한다.
'부여 부소산성'은 백제 사비기 후기 왕궁터로 알려진 관북리유적 북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1981년부터 현재까지 17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백제의 성벽과 구조를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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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부여 부소산성 17차 발굴조사 현장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2025.05.27 alice09@newspim.com |
성 내부의 탐색갱 조사를 통해 곳곳에서 건물지와 우물지 등의 시설들이 있음을 파악한 바 있다. 올해 17차 조사에서는 부소산성에서 가장 높고 넓은 평탄대지에 자리한 조선시대 군창지 동편에 대한 전면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 이 넓은 평탄대지는 경사지고 깊이 패인 계곡부를 인공적으로 평탄화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3~4m 깊이에 이르는 계곡부에는 흙을 쌓을 때 생기는 밀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둑(토제)을 먼저 만들고 위에서 아래로 흙을 한 켜 한 켜 부어 쌓았는데, 이는 백제 한성기 몽촌토성과 풍납토성 축조 때부터 전래된 전통적인 대지조성 방식이다.
3개의 계단식 단으로 구성된 이 평탄대지 위에 굴립주 건물지와 와적기단 건물지, 저장시설 등을 조성하였는데, 특히 첫 번째 대지와 두 번째 대지를 나누는 동서방향 축대는 기와로 쌓아 만든 것(와적축대)이 특징이다. 축대를 돌이 아닌 기와로 쌓은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이다.
와적축대는 군창지 방향 서편에서 더 길게 발견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잔존길이 26m이며, 기와 20여 단을 0.6m 정도 높이로 쌓았고 출입시설도 확인됐다.
첫 번째 단에서는 백제시대 굴립주 건물지와 와적기단 건물지, 저장시설, 그리고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건물지 등이 확인됐다.
두 번째 단에서는 와적기단 건물지 2동이 확인됐는데, 건물지 1개 동의 크기는 동서길이 약 14.6m, 남북너비 약 11.5m에 이른다. 원형초석을 건물의 바깥기둥(외진주)에 사용했고, 내부 건물에는 네모형 초석을 사용했으며, 초석과 초석 사이는 기와를 이용하여 건물의 고막이를 시설했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부소산성 내부에서 백제시대 대규모의 성토대지와 와적기단 건물지가 조성되어 운영되었음을 파악함으로써, 해당 지역 일원이 단순한 방어 공간이 아닌 백제 왕궁의 높은 위계 공간이었음을 확인한 의미가 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이번 현장 공개를 시작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국가유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긍심을 북돋을 수 있도록 백제 사비기의 왕궁과 도시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