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수출 규제 피해 중국 전용 AI칩 준비
HBM 대신 GDDR7 탑재…중간단가 수요 겨냥
삼성, 기술 우위 앞세워 공급망 복귀 노린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 GPU '블랙웰(B40)'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에 고성능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GDDR7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기술을 선도해온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中 수출 막힌 H20 대체용…가격 낮춘 '블랙웰' 6월 양산
27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로 H20 GPU의 중국 수출이 막히자 이를 대체할 신형 GPU 'RTX PRO 6000D(B40)'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으로, 성능을 낮추는 대신 가격대를 6500~8000달러로 조정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H20이 1만1200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34%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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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 GPU에는 HBM 대신 GDDR7 메모리가 탑재될 예정이며, 패키징 공정에서도 고가의 CoWoS(Chip-on-Wafer-on-Substrate) 기술을 배제한 단순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제품이 오는 6월부터 대량 양산에 들어가며, 빠르면 3분기 내 중국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 AI 메모리 다변화…삼성, '포스트 HBM' 기회 엿본다
AI 메모리 시장이 HBM 중심에서 GDDR7이나 LPDDR처럼 다양한 제품으로 넓어지는 흐름은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 HBM에선 하이닉스에 밀렸지만, GDDR7은 삼성이 더 앞서 있기 때문이다. GDDR7은 HBM보다 성능은 낮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AI 추론용 칩에는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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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제공] |
업계 관계자는 "HBM은 공정 난이도와 가격이 모두 높은 프리미엄 메모리지만 GDDR7은 보다 유연하게 공급이 가능해 중국 내 중간단계 AI 수요를 겨냥한 전략과 맞물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1월 RTX 50 시리즈를 공개하며 삼성전자의 GDDR7을 최초 공급 칩으로 소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SK하이닉스도 GDDR7 공급망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 블랙웰 GPU에 두 업체의 GDDR7을 혼용해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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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4Gb GDDR7 D램 제품 이미지 [사진= 삼성전자] |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 CEO가 중국 AI 시장이 향후 2~3년 내 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다고 기대하는 만큼, 중국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한 중국 전용 칩 출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AI 수요가 HBM 외에도 GDDR7, 일반 DRAM까지 확장된다면 이는 범용 메모리 업황 반등의 지속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러한 흐름에서 수혜 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