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 D램 1위 내주고 체질 개선 '진행형'
하반기 HBM3E·조직 개편 성과 여부 주목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부문 수장에 오른 지 1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라는 과제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때 '초격차'로 불리던 위상을 잃은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D램 시장 점유율마저 SK하이닉스에 내주며 주도권까지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전 부회장이 지난 1년간 추진해온 변화가 하반기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실질적 성과 없이 체질 개선이 지연될 경우, 삼성 반도체의 위기 해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반성문부터 시작된 조직 개편과 투자 확대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DS부문장에 복귀, 체질 개선과 기술 경쟁력 회복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다양한 변화 작업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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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 [사진=삼성전자] |
전 부회장은 복귀 직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실적 부진에 대한 이례적인 '반성문'을 임직원에게 전달했다. 이후 'C.O.R.E 워크'로 불리는 토론 문화 복원,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 신설, 파운드리 최고기술책임자(CTO) 신설 등을 포함한 조직 재편을 통해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와 시설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전 부회장의 쇄신 기조에 힘을 보탰다. R&D에는 9조348억원, 시설투자에는 11조9983억원을 집행했으며 이 중 90% 이상이 DS 부문에 집중됐다. 이는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규모로,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한 총력 대응으로 풀이된다.
◆ HBM·파운드리 모두 위기…하반기 성과 주목
그러나 실질적인 성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DS부문은 올 1분기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서버용 D램 출하량 증가와 낸드 수요 반등 등 외부 시황 호조에 따른 영향이 컸다. 전 부회장이 스스로 강조한 '근원적 경쟁력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HBM 시장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36%로 삼성전자(34%)를 앞섰다. 삼성전자가 D램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3E 샘플 공급을 마쳤지만 아직 엔비디아 공급망에는 본격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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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일대 전경 [사진=삼성전자] |
파운드리 부문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만 TSMC와의 기술·매출 격차는 여전히 크고, 수조원대 적자 구조도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2나노(㎚) 공정 양산을 예고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수율 확보와 고객사 수주를 통해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HBM3E 양산을 계기로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늦어도 하반기부터 HBM3E 12단 제품으로 빠르게 AI D램 시장을 전환시켜 고객 수요에 맞춰 램프업(생산량 확대) 시킬 예정"이라며 "HBM 공급량을 작년 대비 크게 늘려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차세대 HBM4와 커스텀 HBM 제품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HBM3에서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주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