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개장 목표…더현대 2.0, 유통업의 경계 허문다
백화점과 아울렛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
몰입형 체험 공간·트렌디 MD로 MZ세대 공략
더현대 서울 성공 발판 삼아 부울경 핵심상권 정조준
서부산 이어 영남권 전역 랜드마크로 발돋움할까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아울렛에는 뷰티 브랜드가 없고 백화점에는 저렴한 이월 상품이 없다. 옛날 소비자들은 고가의 신상품은 백화점, 저렴한 할인 상품은 아울렛에서 구매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어디에서 사느냐'보다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쇼핑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자리잡게 됐다. 더현대 서울을 통해 서울 서남권 상권을 사로잡은 현대백화점이 이번에는 백화점 불모지인 서부산에서 아울렛과 백화점을 결합한 새로운 미래형 리테일을 선보인다.
◆ 기존 틀 벗어던진다…新 유통 '더현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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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더현대 부산' 조감도. [사진=현대백화점] |
2일 업계에 따르면 더현대 부산은 오는 2027년 상반기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동 에코델타시티 특별계획구역 내 11만1,000㎡(약 3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20만㎡(약 6만평) 규모로, 미래형 복합몰 '더현대 부산' 건립을 본격 추진한다.
더현대 부산은 '더현대 2.0' 모델을 처음 적용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백화점, 아울렛, 쇼핑몰 등 전통적인 유통 경계를 허무는 '빅블러(Big Blur)' 전략을 바탕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백화점과 아울렛 등 전통적인 유통 업태의 장점을 결합해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는 '인도어몰'(Indoor Mall)과 합리적인 가격의 아울렛 매장과 트렌디한 MD로 구성한 '아웃도어몰'(Outdoor Mall)을 하나의 공간에 선보이는 하이브리드형 복합몰로 조성된다.
매장 영업 절반에 가까운 곳에는 몰입형 체험 공간을 만든다. 백화점은 불가능하고, 아울렛은 가능한 장점만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몰입형 체험 공간에는 마켓, 레저 스포츠 등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미국 뉴욕의 도심 속 공원 '브라이언트 파크', 높은 천장고의 웅장한 유리돔 건축양식으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복합문화공간 '그랑팔레' 등을 모티브로 한 특화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부산은 고객이 한 공간 안에서 명품, 패션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최신 상품과 합리적인 가격의 아울렛 상품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쇼핑할 수 있는 차별화된 쇼핑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유통 격전지 부산에서 떠오를까…업계 '주목'
현대백화점은 아울렛과 백화점, 쇼핑몰 등을 결합하는 형태를 이전부터 꾸준히 추진해왔다. SPA 브랜드와 푸드마켓, 다양한 맛집을 입점시켰던 ▲송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대형 멀티플렉스와 대형 서점, 다양한 F&B 콘텐츠를 결합했던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복합쇼핑몰을 표방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공간에 집약시킨 ▲남양주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스페이스원 등이 그 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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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부산점을 재단장해 새롭게 선보인 '커넥트 현대'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
당시에만 해도 채널의 구분이 너무 확실했기에 백화점과 아울렛의 공존이 가능한 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에 현대는 지난해 9월,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개점 29년 만에 도심형 복합쇼핑몰 '커넥트현대'로 리뉴얼해 확실한 실험에 나섰다. 비록 커넥트현대가 위치한 상권이 부산 핵심 상권에서 벗어나있고, 기존 신세계 센텀시티, 롯데백화점 센텀점 등 프리미엄 유통 채널이 공고한 상태라 유의미한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실험적 모델에서 현대만의 확신을 가졌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더현대 서울의 압도적 성과 덕분이다. 더현대 서울은 오픈 1년 매출이 8005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서울 서남권 상권을 영등포에서 여의도로 끌어왔다. 코로나19가 완전히 가신 2023년께 더현대 서울은 역대 백화점 최단기간 연매출 1조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계엄 등 악재를 겪었음에도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키웠다.
더현대 부산이 들어서는 에코델타시티는 커넥트현대와 입지 조건이 다르다. 김해공항과 가깝고, 남해고속도로 등 교통망과 인접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중심 입지다. 김해·양산·창원·마산 등 경남 서부권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데다, 인근에는 대형 쇼핑몰이 없어 상권 창출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동부산의 프리미엄 유통 채널들과 거리를 두면서도 새로운 수요를 겨냥할 수 있는 전략적 입지다.
업계에서는 더현대 부산을 통해 현대백화점이 부산 유통 격전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등 기존 강자들을 제치고 더현대 서울과 같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가 포인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부산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는 신개념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 부산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