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84조 적용해 선거법·대장동 재판 연기
한동훈, 68조 거론하며 "재판 진행해야" 주장
법조계 "헌법 제84조는 형사재판에 관한 것
...헌법 제68조는 형사재판만을 얘기하는 게 아냐"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단에 따라 제기된 '헌법 조항 충돌' 논란에 대해 헌법 68조를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법원이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적용해 이 대통령 재판을 연기하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 당선자가 판결로 자격을 상실하면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제68조를 거론하며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법조계는 "헌법 제68조의 '판결'을 '형사판결'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68조를 끌어와 이 대통령의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법원은 '헌법 제84조를 적용해 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오는 24일 예정이던 이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을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전날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도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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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단 논란이 헌법 조항끼리의 충돌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법원이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적용해 이 대통령 재판을 연기하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당선자가 판결로 자격을 상실하면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제68조를 거론하며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뉴스핌DB] |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재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1심 ▲위증교사 사건 2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 ▲법인카드 사적 유용 사건 1심 등인데 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이어 대장동 재판부도 재판을 중단한 만큼, 나머지 3개 재판도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야당은 "이 대통령의 재판 중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즉각 반발했다. 특히 검사 출신인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 제68조를 꺼내들며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과 서울고법 형사7부 주장대로 대통령이 되면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라면 헌법 68조의 '판결로 대통령 자격을 상실할 때'라는 문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즉 대통령이 판결로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이 헌법 제68조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형사재판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이는 결국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와 정면 충돌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헌법 제68조를 끌어와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계속 진행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헌법 제68조 제2항에 나오는 '판결'이 '형사재판에서의 판결'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민사재판에서의 판결도 포함될 수 있다. 예컨대 공직선거법 제18조에 따라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는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만약 대통령이 민사재판에서 금치산 선고를 받으면 그 자격을 상실해 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후임자를 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결의 의미를 더 넓게 해석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의한 파면 결정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형사재판의 중단 여부를 둘러싼 헌법 제84조 해석 논란에 헌법 제68조를 끌어오긴 무리라는 공통된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헌법 제84조는 형사재판에 관한 건데, 헌법 제68조는 형사재판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며 "헌법 제84조 자체를 해석해야지, 68조를 거기에 끌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 제68조 제2항에서의 판결은 널리 사법기관의 재판을 의미하기 때문에 형사 판결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68조가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계속해야 한다는 결정적인 논거가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