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아시아 동맹국 GDP 5% 지출"
韓국방부 "국방비 비율 매우 높은 국가"
정표수 "북한 억제 집중…美 설득 협의"
전인범 "급변 세계 정세 대응에 투자를"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정표수 군사안보전문가는 20일 미국의 국방비 증액 압박과 관련해 "큰 틀에서 보면 미국 전략에 협조해야 한다"면서 "다만 각국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국방비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인범 군사안보전문가는 "자강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국방비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어느 정도 올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국정부의 전체적인 예산과 가용예산, 적 위협, 지역 책임 등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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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왼쪽)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25년 6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퍼레이드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방부 "北 위협에 국방비 지속 증액 중"
국방부는 이날 미국이 아시아의 동맹국들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국방비를 지속 증액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한국은 앞으로도 한반도 방위와 역내 평화·안정에 필요한 능력과 태세를 구비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션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국내 언론 질의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18일(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과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대화)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유럽 동맹들이 우리의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GDP의 5% 수준 국방비 지출을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요구하고 있다.
올해 한국 국방예산은 61조2469억원으로 GDP 비중은 2.32%다.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5%로 늘리려면 국방예산을 약 132조원으로 지금보다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한국 국방비는 10년 전인 2015년 37조5550억원 대비 23조6919억원으로 63.1% 늘었다. GDP 대비 국방비 비율도 2.16%에서 2.32%로 0.16%p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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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한국군 합참의장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2025년 1월 9일 손을 맞잡고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합참] |
◆전인범 "어디에 증액할 것인지가 중요"
나토 회원국들도 미국 증액 압박에 국방비 지출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다만 실제 국방비를 GDP 대비 5%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정작 미국의 국방비는 지난해 기준으로 GDP 대비 3.38%다. 자신들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동맹국들의 GDP 대비 5%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인범 군사안보전문가는 "무조건 증액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증액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수조 원짜리 사업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 전문가는 "기초 무기, 특히 통신 능력 향상을 비롯해 드론전 준비와 군의 사기 복지 증진, 훈련 여건 개선, 여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지금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표수 군사안보전문가는 "특히 한국 입장에서 봤을 때 경제 상황이나 여러 외교안보 여건이 현재 녹록하지 않다"면서 "국방비를 한 없이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 전문가는 "한국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미국의 동아시아와 세계 전략 차원에서 발맞춰 쫓아가는 것이 무조건 적절하느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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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군이 2025년 2월 20일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한 가운데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
◆정표수 "국방비 한 없이 올릴 수 없어"
정 전문가는 "한국은 실존적인 북한의 핵무력·미사일 위협을 비롯해 대북 억지력에 집중해서 국방비를 늘리든지 해야 한다"면서 "미일과 미중, 대만, 중동 사태 등에 연관돼서 국방비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진단했다.
정 전문가는 "한국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게 미국을 설득하고 협의도 해 나가야 한다"면서 "미중과 미러의 국제 역학 관계에서 가급적 한 발짝 정도 물러나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정 전문가는 "그렇지 않으면 자칫 중국과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따라 세계가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자칫 국제 역학 관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도록 강요받거나 참여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전문가는 "한국으로서는 분명하게 북한이라는 실존적 위협과 적(敵)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거기에 맞게 한국의 독자적인 국방안보 전략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문가는 "미국이 국방비 인상을 압박한다고 해서 다 해줘서도 안 되지만 다 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의 주변과 미국과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고려하되 한국 독자적인 국방안보 전략을 세워 거기에 맞게 국방비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