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K리그1 3연패의 위용도 세계 무대 앞에선 속절없었다. 클럽월드컵이라는 큰 판에서 울산 HD는 체력과 전술, 기술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3전 전패,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잔을 들이켰다.
F조 첫 경기부터 울산은 휘청였다. 1승 제물로 여겨졌던 남아공의 마멜로디 선다운스에 0-1로 발목이 잡혔다. 김판곤 감독은 수비를 두텁게 쌓는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왔지만, 점유율(30%)과 슈팅 수(8-14)에서 완패했다. 이른바 '주도권'을 내주고 난 뒤에는 되찾을 힘도 여유도 없었다.
두 번째 경기 브라질의 플루미넨시와의 승부에선 선제골까지 넣었지만 결과는 2-4 역전패. 이진현과 엄원상의 연속골로 기세를 올린 것도 잠시, 후반 들어 뚝 떨어진 체력으로 무너졌다. 선발진 평균 연령은 29.9세로 플루미넨시(30.5세)보다 낮았지만, 실제 경기장 위에서의 '활력'은 플루미넨시가 훨씬 생생했다. 많이 뛰는 포지션에 20대가 몰려 있던 플루미넨시는 후반에도 거침이 없었다. 울산은 교체 타이밍에서도 머뭇거리다 역전을 허용한 뒤에야 뒤늦게 손을 썼다.
찜통더위 속에 치러진 이번 대회는 그야말로 '체력 전쟁'이었다. 섭씨 30도가 넘는 더위는 선수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마르코스 요렌테는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아플 정도"라며 기온에 대한 고통을 토로했다. 코파 아메리카에선 심판과 선수들이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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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울산 트로야크가 26일 FIFA 클럽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더위에 지친 듯 땀을 닦고 있다. 2025.6.26 psoq1337@newspim.com |
정확히 1년 뒤, 같은 공간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역시 한여름 대회다. 이번 클럽 월드컵은 홍명보호가 마주해야 할 예고편이었다. 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 감독은 7월 동아시안컵, 9월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국내파와 20대 자원들을 실험할 계획이다. 이강인, 배준호, 오현규처럼 체력 좋고 활동량 풍부한 젊은 선수들을 어디에 배치하느냐, 30대 베테랑들을 언제 투입하느냐가 향후 대회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울산이 드러낸 문제는 단순한 전술 실패가 아니다. K리그 전체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비춘 사건이기도 하다. 국내서 성장한 최고 재능들은 모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르고 남은 K리그 팀들은 외국인 선수 의존형 전술로 버티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외국인조차 세계 무대에선 벽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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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김판곤(가운데) 감독이 26일 FIFA 클럽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5.6.26 psoq1337@newspim.com |
울산의 골잡이 에릭도 브라질 1부 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K리그로 넘어온 경우다. K리그 전체가 '글로벌 무대 경쟁력'을 갖추려면 더 뛰어난 외국인을 영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K리그는 외국인 선수 보유를 6명으로 제한하고 출전은 4명까지만 허용한다. 반면 사우디는 보유 10명, 출전 8명까지 가능하고, J리그는 아예 보유 제한을 없앴다. 투자 환경부터 경쟁 규칙까지 세계화에 발맞춘 셈이다.
김영권은 도르트문트전 직후 "사우디는 좋은 외국 선수들을 데려오고 있다. 우리도 투자 준비만 된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한계를 넘으려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 K리그다운 방식만 고집하다간, 세계 무대에서 K리그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만 남는다. 외국인 선수 제한을 없애고 구단별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