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설문 "달러 자산 더는 안전하지 않다"… 경제학자들 대거 우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도한 재정정책 추진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공격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최종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자산에 대한 지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제학자들이 경고했다.
29일(현지시간) 공개된 파이낸셜 타임스(FT)와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의 공동 설문조사에서 응답 경제학자들의 90% 이상이 향후 5~10년간 미국 달러 표시 자산의 안전자산 역할에 대해 다소 우려하거나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백악관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미국의 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상원 내 재정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트럼프의 핵심 세제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마지막 설득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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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러나 의회예산처(CBO)를 포함한 독립 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가 "아름답고 거대한 법안(big beautiful bill)"이라고 부른 예산안에 담긴 정책들은 이르면 이번 10년 후반에 연방 부채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이지만, 트럼프가 4월 2일 강경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직후 주식시장이 급락했을 때는 달러 가치도 하락했다.
최근에는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겹치면서 달러 가치가 3년 만에 최저치 수준까지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를 꺼리는 태도를 비판하며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의 로버트 바베라 교수는 "지금의 재정정책 과잉은 거의 확실하며, 이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달러 자산에 대해 생각을 바꾸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바베라 교수는 이어 "여기에 백악관이 사실상 연준을 장악하게 된다면 — 예를 들어 파월을 해임하거나, 파월의 대체 인물로 무능한 인사를 임명한다면 — 나는 '다소 우려'에서 '매우, 매우 우려'로 입장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듀크대의 안나 치에슬락 교수는 "재정적자, 정부의 고의적인 자본 유출 억제 조치, 달러 평가절하 시도, 연준 차기 지도자에 대한 불확실성,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문 등은 모두 미국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의 사로지 바타라이 교수는 "현재 시장이 선호하는 안전자산은 스위스 프랑과 금"이라면서 "실제로 지금 미국은 마치 신흥국처럼 보인다. 정책 불확실성이 위험 프리미엄을 높이고, 그로 인해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채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에비 파파 마드리드 칼로스 3세 대학 교수는 "이제 미국 국채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4월 초 '해방의 날(Liberation Day)'에 미국 10년물 금리와 유럽 금리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있었던 4월 초에는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일반적으로 하락하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히려 상승했다.
대표적 지표인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현재 약 4.3%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4분의 3은 내년 중반까지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5%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국가 부채 상환 비용 급증과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 등의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