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2023년 한·미·일 최초 부자 MVP라는 수식어와 함께 찬사를 받았던 '바람의 가문'이 시련을 겪고 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kt 코치는 시즌 중 돌연 팀을 떠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택하며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는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 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종범 전 코치의 kt 퇴단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 27일. 롯데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돌연 빠지며 궁금증을 자아낸 이종범 전 코치는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 감독직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타격 파트 공백은 없다"는 kt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야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현역 1군 코치가 개인 방송 출연을 이유로 시즌 중 퇴단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 팬들과 야구인 사이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 전 코치 섭외에 있어 제작진이 구단과 사전 협의 없이 접근했다는 정황이 알려지며 JTBC '최강야구' 제작진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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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왼쪽)-이정후 부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들 이정후는 올 시즌 초반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324에 3홈런 16타점, OPS 0.908을 기록했다. 하지만 5월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5월 27경기 타율은 0.231로 떨어졌고, 6월에는 24경기에서 0.150의 초라한 타율을 남겼다. 최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는 10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타율은 0.243까지 주저앉았다.
이정후의 부진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선 듯하다. 아버지인 이종범 전 코치의 갑작스러운 시즌 중 퇴단 이슈가 이정후의 멘탈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후의 매제인 고우석마저 최근 방출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와 계약해 미국에 진출한 그는 트레이드를 거쳐 마이애미로 옮겼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는 밟지 못한 채 부상과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결국 지난 6월 마이애미에서 방출된 고우석은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종범 전 코치의 시즌 중 예능행은 일본 언론의 관심도 끌었다. 현지 매체들은 이 전 코치의 kt 퇴단과 '최강야구' 합류를 잇따라 보도했다. 특히 도쿄 스포츠는 '부진한 이정후에게 새로운 고민거리, 이종범 kt 전격 퇴단'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정후의 슬럼프와 아버지의 논란을 연결지었다. 또 다른 매체는 "일본에서도 익숙한 레전드의 갑작스러운 결정이며, 이례적인 전개"라며 "전 주니치 드래곤즈 소속 이종범이 kt를 갑자기 떠난 이유가 TV 출연 때문인가"라고 썼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