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결론, 기록만 25만쪽 이상
피고인들 '무죄' 호소하며 '남 탓' 일관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이른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주도한 민간업자들의 뇌물 등 혐의 사건 1심 재판 결론이 올해 10월 31일 나온다. 2020년 의혹이 제기되고, 2021년 10~12월 기소된 이후 4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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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유동규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사진=뉴스핌DB] |
◆ 4년만에 결론, 수사·공판 기록 25만 쪽 이상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등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고, 선고기일을 10월 31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4년간 꼬박꼬박 재판에 나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수사·공판 기록이 25만 쪽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10월 31일 오후 2시에 1심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징역 12년과 추징금 약 6111억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17억400만원을 구형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을 받는 정영학 회계사에게는 징역 10년과 추징금 646억원, 남욱 변호사에게는 징역 7년과 추징금 1010억원,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74억4000만원, 추징금 37억20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은 공사 내부 정보를 활용해 대장동 택지의 분양가를 실제보다 낮게 책정해, 공사에 651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 민간업자들 "무죄" 호소…책임은 다 '남탓
이날 최후변론에 나선 남욱과 정영학, 정민용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재판부에 무죄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남욱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검찰은 남욱이) 유동규 등과 공모해 공사 임직원 업무를 위배해 4300억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지만, 남욱은 2013년부터 사업에서 배제됐고 2015년에는 구속돼 2차 배임행위 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욱은 김만배와 함께 주범이라는 프레임과 싸웠는데, 그 프레임은 정영학과 (검찰) 제1수사팀의 허구 프레임"이라며 "다행히 이후 수사에서 남욱 배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김만배의 법정 진술이 검찰 조사나 다른 증인 진술과 상충된다고도 반박했다.
남욱 측은 "김만배는 정진상을 만난 이후, 남욱을 (사업에서) 배제했다"며 "하지만 김만배는 2015년 1월 남욱이 구속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사업을 포기했다고 하는데 이는 허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4년 말 김만배는 증인에게 '남욱은 성남시에서 빠지라고 했다'는 진술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또 "정영학이 법정에서 진술을 수차례 번복해 어떤 것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며 "김만배도 자신에게 불리한 건 스스로 만들어낸 허언이라고 하는데, 그조차 허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고 말했다.
정영학 측은 배임죄, 이해충돌방지법 등 모두 법적 구성요건을 불충족하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학 측은 "민간업자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유동규 등과 관계를 맺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며 "그러나 대장동 개발 진행 과정에서 공사 이익을 민간이 취득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정민용 측도 검찰의 공소사실이 증거로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 선고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민용 측은 "정민용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업무를 제안한) 남욱은 친형 같은 존재고 유동규는 직장 상사"라며 "이들 말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동규가 정민용을 이용한 것일 뿐, 공모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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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4월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를 향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 이재명 소환 불응·정진상 침묵 속 1심 판단
앞서 지난 기일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은 처음부터 막대한 이익이 예상됐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사업권을 취득할 수 없던 민간업자들은 선거 운동을 돕거나 뇌물을 주는 등 성남시와 공사 공직자들에게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며 "그 결과 민간업자들은 천문학적인 이익을 취득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됐다"고 했다.
유동규에 대해서는 "민간업자들과 접촉해 청탁을 들어주는 고리 역할을 한 핵심 인물"이라며 "공직자 신분으로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한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성공을 위해 한 일"이라면서도 "처벌은 달게 받겠다"고 최후 진술했다.
앞서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 당시 최종 의사 결정권자였던 이재명 대통령도 다섯 차례 소환했으나, 이 대통령이 모두 불응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증인 신문에 출석했지만, 검찰과 재판부의 질문을 모두 거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별도의 1심 재판을 받아왔지만, 현재 재판은 멈춘 상태다. 이를 심리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지난 10일 헌법 84조를 적용해 재판을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