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관세 정책과 각종 발표가 시장에 지속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가운데 유럽의 경우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안도감이 강해지는 분위기였다.
미 CNBC는 "투자자들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가운데 이날 유럽 시장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털어내는 모습이었다"고 진단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2.21포인트(0.41%) 상승한 545.71로 장을 마쳤다.
개장 직후 약세를 보이며 오후 들어서까지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다 오후 2시30분을 지나면서 반등 행보를 보인 끝에 플러스(+) 영역에서 하루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33.24포인트(0.55%) 오른 2만4206.91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47.65포인트(0.54%) 뛴 8854.18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43.24포인트(0.56%) 상승한 7766.71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268.37포인트(0.67%) 오른 4만182.62에,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4.70포인트(0.03%) 전진한 1만4079.50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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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국과 일본 등 전 세계 14개국에 25~4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다고 공개했다. 동시에 관세 부과 시점을 7월 9일에서 8월 1일로 늦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오늘 보낸 서한이 최종 제안이냐'는 질문에 "난 최종이라 말하겠지만 만약 그들이 다른 제안을 갖고 전화하고 만약 내가 그 제안을 좋아한다면 우리는 그렇게(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8일에는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2025년 8월 1일부터 관세 납부가 시작된다. 이 날짜에는 변경이 없으며 앞으로도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와의 협상과 관련해서는 "27개국으로 구성된 EU에 관세 부과 계획을 설명하는 서한을 보내기까지 아마 이틀 정도 걸릴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 브뤼셀(EU)이 우리에게 매우 친절하다"고 말했다.
영국 펀드 매니저 애버딘의 수석 정치경제학자인 리지 갈브레이스는 "월요일에 공개된 14개국에 대한 관세율은 그 동안 널리 관측됐던 것보다 높았지만 협상을 통해 관세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 덕분에 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EU가 추가 관세를 피하고 '원칙적 차원'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처음엔 강하게 압박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조건을 완화하거나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면서 관세를 둘러싼 강공도 결국에는 합리적 수준에서 조율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협상 시한이 3주간 연장됐지만 여전히 파괴적인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 중개회사 FXTM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 루크만 오투누가는 "기한 연장은 일시적으로 시장 불안감을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몇 주 내에 의미있는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럽의 투자자들은 또 다른 변동성의 파도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협상팀 안팎에서는 10% 기본 관세에 합의하면서 항공기와 주류, 자동차 등 일부 상품에 대한 항목별 관세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다음주 본격 시작되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데이터는 유럽 기업들의 2분기 성적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0.2%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요 섹터 중에서는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을 등에 업은 에너지 업종이 1.1% 올랐고,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2% 뛴 덕에 의료 섹터도 0.8% 상승했다.
스웨덴 투자회사 키네비크(Kinnevik)는 2분기 순자산 가치가 전분기 대비 2% 증가했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8.5% 급등했다.
포르쉐는 올 상반기 중국 배송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감소했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1.01%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