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영국 방문 계기 공동선언 발표
"전통적으로 대미 관계 중시하는 영국의 의미있는 변화"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서유럽의 핵무기 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유럽 동맹국의 안보가 위협받을 때 양국이 보유 핵무기 사용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 9일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중에 발표된 이 조치는 양국이 보유 핵무기를 다른 유럽 국가에 억지력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의 막강한 핵 전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유럽이 독자적 핵 억지력을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양국 정상이 서명한 공동 선언은 양국이 보유 핵무기 사용을 조정·협의하도록 했다.
핵 우산을 유럽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하고 사상 처음으로 핵무기 대응을 협의하는 군사 및 정치 그룹을 설립하기로 했다.
영국 국방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영국이나 프랑스의 핵심 이익을 위협하는 적은 양국 핵 무력의 응징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는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공동으로 방어하는 집단방위조약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이다. 그런데 보유 핵무기는 이 조약상 의무와는 별개로 간주된다.
스코트랜드에 있는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의 전략연구소 교수인 필립스 오브리언은 프랑스와 영국의 핵무기 사용 협의는 "말없이 미국과 헤어지는(decoupling) 것"이라고 평했다.
프랑스군 탄도미사일 잠수함 함장과 핵무기 부대장을 지낸 전 프랑스 해군 제독 장루이 로지어는 양국 선언이 "프랑스와 영국간 군사 관계와 유럽 방어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언은 전통적으로 방위 문제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유럽 대륙과 군사 협력을 꺼려온 영국의 큰 변화라고 WSJ는 분석했다.
양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모두 511기로 추정된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보유한 5,000여기와는 비교가 안 되게 적다. 그러나 핵탄두 한 개만으로도 가공할 위력이 있어 두 나라가 보유한 핵무기의 억지력은 충분하다고 WSJ는 분석했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줄곧 영국과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런 요구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의 핵 공격 위협 후 더 고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지도자들에게 전략적 독립성을 개발하고 미국 의존을 줄이라고 촉구해했다. 유럽 동맹국들을 초대해 프랑스의 핵무기 실험을 참관하고 프랑스의 억지 능력이 유럽 안보를 촉진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했다.
![]() |
[런던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찰스 3세(왼쪽) 영국 국왕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인근 윈저에서 1902년형 스테이트 란다우에 나란히 탑승한 채 윈저성으로 향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EU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2박3일 일정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2025.07.08 ihjang67@newspim.com |
kongsik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