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콕 집은 가공식품 물가…유통비용 절감 목표
9월 발표 목표로 유통구조TF 가동…계란값 담합 조사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첫 유통구조 개선방안에 산지 직거래 플랫폼 확대, 유통업계 마진 구조 점검, 가공식품·외식 업계의 원가 구조 공개 요구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9월 이같은 내용의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14일 <뉴스핌>이 입수한 '농식품 수급안정·유통구조 개혁 TF 구성·운영방안'에 따르면 최근 TF는 유통 단계의 비효율 제거와 가격 투명성 강화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를 본격화했다. TF 내부 초안에는 산지 직거래 플랫폼 확대, 유통업계 마진 구조 점검 등이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말 TF를 출범시키고 차관을 단장으로, 식량정책실장과 유통소비정책관이 각각 부단장과 총괄반장을 맡아 운영 중이다. TF 산하에는 산지·도매유통반, 직거래반, 생산안정반, 축산반, 수급안정반 등 5개 작업반이 구성돼 분야별 유통 단계의 병목과 과도한 마진 구조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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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사진=뉴스핌DB] |
TF 관계자는 "현재 신선 농산물과 축산물 유통단계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신선 농산물이 산지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유통구조의 전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가공식품 물가를 잡는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가 있다. 이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라면 한 개에 2000원(도) 한다는데 진짜냐"며 물가 안정 대책을 지시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4.6%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3년 11월(5.1%) 이후 19개월 만에 최대치다.
서민 먹거리인 라면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9% 상승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라면 물가도 지난 2023년 9월(7.2%)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다.
이후 정부는 비축물량 방출, 할인행사 지원 등 단기 대응책을 연이어 내놨지만 농식품부는 전임 정부와 차별화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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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식품·유통업계가 물가 안정을 위해 라면·빵·김치등 가공식품의 '최대 반값' 할인 행사를 개최하는 가운데, 8일 오후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2025.07.08 yym58@newspim.com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출범한 물가대책TF를 통해 정부와 발맞추고 있다. 민주당TF는 기재부, 농식품부, 해수부, 공정위 등 물가 관련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가공식품 유통구조를 집중 점검 중이다. 일례로 공정위는 계란값 급등과 관련해 산란계협회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TF는 대형마트와 식품 제조사 간 가격 결정 과정을 점검하고, 소비자단체가 요구해 온 가공식품 원가 공개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산지에서 소매까지 이어지는 유통 단계별 비용 구조를 데이터로 공개해 가격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런 정부 흐름에 업계에서는 반발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 공개는 기업 기밀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정부가 유통 개혁을 명분으로 가격을 좌지우지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산란계협회 역시 "계란 가격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형성된 가격"이라며 담합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식품업계가 곧바로 가격을 올리지만, 시세가 안정되면 가격을 내리지 않는 구조가 반복됐다"며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는데도 가격 인상 명분으로 국제 시세를 앞세우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은 9월 초 발표하는 걸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건 없고, 다양한 안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