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디오픈은 165년 긴 역사만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오래 골프하는 대회로 유명하다. 일찍 해뜨고 해가 늦게 지는 북반부 끝에 위치한 '골프의 성지'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올해 열린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장도 7월엔 새벽 3~4시부터 밤 10시까지 해가 떠있다. 게다가 모든 선수들이 1번홀부터 출발하는 '샷건'방식을 고수한다. 출전 선수들은 링크스 코스의 특유의 강풍과 긴 러프와 싸우면서 5시간이 넘는 경기를 치러야한다. 디오픈은 선수들에게 정교한 샷뿐 아니라 인내력도 요구한다.
18일(한국시간) 열린 1라운드는 평균 소요 시간 약 6시간이나 됐다. 일부 조는 8홀에만 3시간이 걸리는 등 '마라톤 라운드'로 진행됐다. 오후 조로 나선 로리 매킬로이는 오후 3시 35분 티오프해 9시 4분에야 경기를 마쳤다. 무려 5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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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러시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노르웨이의 빅토르 호블란(왼쪽부터), 스웨덴의 루드비그 오베리, 미국의 조던 스피스가 18일 디오픈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앞조의 경기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2025.7.18 psoq1337@newspim.com |
LIV 골프에서 활약 중인 마크 리슈먼(호주)은 BBC와 인터뷰에서 "12시간 골프장에 있었던 느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LIV는 샷건 방식으로 52명이 4시간 30분 만에 라운드를 마친다. 리슈먼은 "8홀 도는 데 3시간이 걸렸다. 다른 투어보다 훨씬 피곤했다"고 털어놨다.
당연히 전통에 따라 출전 선수 156명이 모두 1번 홀에서 시작했다. US오픈이나 PGA 챔피언십은 1번과 10번 홀로 나눠 티오프하지만, 디오픈은 단일 티박스를 고수한다. 첫 조는 오전 6시 35분, 마지막 조는 무려 오후 4시 16분에 출발했다. 오후 티오프 조는 앞 조의 지체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매킬로이-플리트우드-토머스 조는 11홀을 도는 데만 4시간이 걸렸다. BBC 해설위원 올리버 윌슨은 "오후 3시 넘어서 티오프하면 경기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디오픈에서는 그조차 선수들이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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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러시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매킬로이가 18일 디오픈 챔피언십 1라운드 2번홀에서 앞조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5.7.18 psoq1337@newspim.com |
물론 포트러시 코스의 높은 난도도 지체를 부추긴다. 로버트 매킨타이어는 "코스가 너무 길어 빨리 칠 수 없었다"고 했다. 애런 라이는 "힘든 코스에선 플레이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저스틴 로즈는 "퍼트할 때마다 마크하고 라인을 읽어야 했고 강풍으로 라운드 후반엔 샷이 러프에 빠지는 일이 많아졌다. 공을 찾느라 더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5~7번홀의 '병목 현상'도 있다. 5번홀은 드라이브 온이 가능한 파4, 6번은 짧은 파3, 7번은 장타자들이 투온을 노릴 수 있는 파5다. 크리스티안 베자위덴하우트는 "이 구간에서 매 홀 20분씩 기다렸다"고 했다. 키건 브래들리는 "메이저 대회는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여기는 블라인드 티샷에 바람까지 강하다. 공이 러프나 덤불 속으로 들어가기 일쑤라 찾는 데 시간 걸리고, 때론 공을 치러 다시 되돌아가기도 한다"고 불평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