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내 게임사들의 오프라인 행사는 기존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이자 대중에게 작품을 알리고 게임의 흥행과 성장 가능성을 엿보는 축제의 장이다. 특히 '출시 N주년 행사'는 게임의 지속적인 인기를 입증하는 자리인 만큼 그 어느 행사보다 관심이 집중된다.
넥슨의 대표작 '던전앤파이터(던파)' 시리즈를 만든 넥슨의 개발 자회사 네오플도 던파 20주년을 맞아 오는 8월 9~10일 일산에서 'DNF 유니버스 2025'라는 이름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네오플은 행사일을 한 달 앞두고 돌연 20주년 행사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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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화 산업부 기자 |
네오플은 하반기 게임 업데이트 발표를 비롯해 던파를 주제로 한 다양한 강연과 업데이트 콘텐츠 시연존, 컬래버레이션 굿즈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PC 던파, 던파 모바일뿐만 아니라 퍼스트 버서커: 카잔, 사이퍼즈 등 네오플의 다양한 게임 콘텐츠도 마련됐다.
업계에서는 지난 5월부터 성과급 축소 지급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이어 온 네오플 노조의 파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네오플은 공지를 통해 '콘텐츠 완성도 부족'을 이유로 부득이하게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고, 네오플 노조도 "파업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돌연 취소될 만큼 허술하게 기획된 행사가 아니었다"라며 파업과 선을 그었다.
하지만 네오플 노조가 지난 7일 전면파업을 재개하며 한 달간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나온 취소 공지가 파업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네오플 노사는 성과급 지급 문제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다. 사측은 성과에 기반한 보상이 이뤄졌고 성실히 대화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노조는 보상이 공정하지 않고 사측이 교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파업이 장기화하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행사를 기다려 온 이용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노조를 지지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이용자들도 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업데이트 지연과 유저 이탈을 우려하는 글이 늘어났다.
특히 이번 20주년 행사에서 2차 창작 굿즈를 판매할 예정이던 제작자들은 금전적 피해가 큰 상황이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가 접수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일부 제작자는 행사가 취소되면서 숙박료의 절반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거나 판매용 굿즈 디자인·발주에 70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행사가 잡혔던 8월 둘째 주 주말은 극성수기 휴가철인 만큼 일정 변경으로 인한 비금전적 피해도 예상된다.
이용자들의 피해가 커지면 게임에 대한 불만, 나아가 회사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네오플 노조 파업은 국내 게임업계 최초의 파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노사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 이용자를 인질로 삼는 선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