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출 통제에도 B200 등 중국에 밀수
엔비디아 "필요 서비스 공식 인증 칩에만 제공"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에도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이 중국으로 밀수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수 규모도 최소 10억달러(1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T가 수십 건의 판매 계약서와 기업 공시 자료, 해당 거래에 정통한 소식통의 발언을 분석한 결과 엔비디아의 B200 칩은 중국 암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고 널리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B200은 최근 미국 정부가 대중 수출을 다시 허용한 H20에 비해 훨씬 강력한 기능을 자랑한다. '호퍼'를 기반 아키텍처로 하는 H20과 달리 B200은 블랙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H20은 H100보다 느리지만 B200은 H100 대비 AI 훈련 속도가 2~4배 빠르다. 이 때문에 B200은 오픈AI와 구글, 메타플랫폼스와 같은 미국 주요 기업들이 AI 훈련에 사용하지만, 중국 수출은 금지돼 있다.
FT가 검토한 문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복수의 중국 유통업체들은 중국 AI 그룹을 지원하는 데이터센터 공급업체들에 B200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직후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광둥성과 저장성, 안후이성에 있는 유통업체들은 엔비디아의 B200 칩뿐만 아니라 H100 및 H200과 같은 수출 제한 프로세서들도 판매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이러한 칩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르면 오는 9월부터 태국 등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첨단 AI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관련 규정에 정통한 변호사들은 미국에서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 칩을 받아 판매하는 것은 미국 규정 위반이지만 중국에서는 관세를 납부하는 한 합법으로 간주한다. 지난주 트럼프 정부는 H20의 중국 판매를 다시 허용하기 시작했다.
FT는 판매가 제한된 제품들이 중국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에 엔비디아가 관여했거나 이를 알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FT에 "밀수된 제품으로 데이터 센터를 조립하려는 시도는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데이터 센터는 서비스와 지원이 필요한데 이는 오직 공식 인증된 엔비디아 제품에만 제공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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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한 '컴퓨텍스(COMPUTEX)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