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계 소형주에 투자했다가 쪽박을 차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주가가 단 몇 센트에 불과한 이들 페니 주식(penny stocks), 소위 잡주들의 경우 소셜미디어에 회사명과 투자 전망 등이 집중적으로 홍보되거나 유망주로 추천된 후 주가가 오르다 단박에 폭락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작전 세력들의 소위 '기술'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FT가 인용한 데이터 분석기업 인베스터링크에 따르면 콩코드 인터내셔널(Concorde International)과 오스틴 테크놀로지(奥思达科技集团有限公司, Ostin Technology), 탑킹윈( 顶誉控股有限公司, Top KingWin), 스카이라인 빌더스(Skyline Builders), 에버브라이트 디지털(光大数字控股有限公司: Everbright Digital), 박하 바이오(朴荷生物科技: Park Ha Biological Technology), 페톤 홀딩스( 北京飞天科技有限公司, Pheton Holdings) 등 7개 나스닥 소형주가 대표적이다.
이들 7개 종목은 최근 몇 주 사이 80% 이상 급락, 시총이 37억달러 증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주식들의 최근 흐름은 전형적인 '주가 띄우기 작전(pump-and-dump)'의 특징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펌프 앤 덤프'란 특정 이해관계자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뒤 보유 물량을 급히 처분하는 형태의 시장조작 행위를 일컫는다.
미국 증시에서는 소형 잡주를 대상으로 이런 류의 작전이 반복되고 있는데, 지난 2020~2021년 강세장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당시에도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상장 직후 폭등한 뒤 폭락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지난달 FBI는 펌프 앤 덤프 유형의 주가조작 사기와 관련한 피해 신고가 "전년비 300% 증가했다"면서 "합법적인 증권사나 유명 애널리스트를 사칭한 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투자자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이런 사기의 상당수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였던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과도 관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 초소형주 IPO 시장(마이크로캡 IPO 시장)은 사실상 중국과 홍콩계 기업들이 점령한 실정이다.
지난 7월 초 인베스터링크는 페톤 홀딩스 주식과 관련해 비정상적인 온라인 활동이 급증했다고 시장과 FT에 알렸는데, 실제 3주 뒤 페톤의 주가는 하루만에 95% 폭락했다. 인베스터링크가 지난 6월9일 주가조작 위험을 경고했던 오스틴 테크놀러지의 주가 역시 2주 뒤 94% 급락했다.
오스틴의 주가 움직임을 분석한 인베스터링크의 매튜 미셸 대표(CEO)는 작전 세력들의 주요 서식지 가운데 하나로 레딧을 지목했다. 그는 "(오스틴 주가를 띄우기 위한) 집단 행동이 레딧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며 2시간만에 12명의 이용자가 오스틴 종목을 추천하고 홍보하는 유사한 콘텐츠를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의 약초 회사 리젠셀 바이오사이언스(里程生物科技, Regencell Bioscience)의 경우 지난해 44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올 들어 6월 17일까지 주가가 약 6만% 급등했다. 당시 380억달러에 달했던 회사 시총은 이후 83% 증발했다. 신문은 해당 주가(리젠셀) 급등락과 회사의 관련성은 확인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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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바이두] 미국과 중국의 국기가 체스판 위에 휘날리고 있다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