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AR 구현하는 광학 모듈 양산…"스마트폰 대체할 것"
초격차 기술특례상장 가능한 국가전략기술 보유기업 지정
"정부 AI 사업 본격화, 디바이스로 AR글래스 수요 증가 기대"
[안양=뉴스핌] 이성화 기자 = "평소 안경을 안 쓰는 사람도 필요할 때 선글라스를 쓰는 것처럼 AR 글래스가 충분한 가치를 준다면 일상에서도 충분히 쓰일 수 있습니다. AR 글래스는 스마트폰 시장과 함께 성장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입니다"
증강현실(AR) 글래스의 광학 모듈 전문기업 레티널을 설립한 김재혁 대표는 지난 18일 뉴스핌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AR 글래스의 전망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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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재혁 레티널 대표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광학 모듈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2025.08.18 mironj19@newspim.com |
김 대표는 한양대 산업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6년 구글과 메타가 스마트글래스 시장에 뛰어드는 걸 보면서 친구인 하정훈 기술이사(CTO)와 함께 레티널을 세웠다.
그는 "구글 글래스가 출시되고 가상현실(VR) 기기 업체 오큘러스가 메타에 인수된 상황에서 'VR 다음으로는 AR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 '우리가 기술을 개발했는데 지금 회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경쟁 관계에서 늦겠다'라는 판단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명인 레티널(LetinAR)은 '망막(retina)'에 '렌즈(lens)'를 더해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렌즈를 통해 망막에 AR을 구현하는 기업이라는 의미에서 사명을 레티널로 지었다. 가상과 실제를 함께 보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레티널의 핵심 기술은 가상과 실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핀미러(Pin Mirror)'와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해 안경 렌즈처럼 얇고 가볍게 만들며 배터리 소비를 줄이는 '핀틸트(Pin Tilt)' 기술이다.
스마트글래스는 스마트워치에 사용되는 배터리, 중앙처리장치(CPU) 등 부품이 그대로 들어가지만 렌즈와 디스플레이가 합쳐진 광학 모듈이 탑재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레티널은 자체 개발한 핀미러, 핀틸트 기술을 광학 모듈에 접목했다.
기술 개발 과정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김 대표는 "원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나 자동차 헤드라이트, 빔프로젝터 등을 만들던 분들이 하던 시장이었고 사업이 해외로 많이 나가다 보니까 국내에서 전문가를 찾기 어려웠다"며 "설계부터 제조, 양산까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영입해 양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일본 NTT 코노큐(QONOQ)와 진행한 확장현실(XR) 안경 '미르자(MiRZA)'의 최초 양산 사례를 들며 "전 세계에서 수많은 스마트글래스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지만 퀄컴의 AR 칩을 사용한 완전 무선 형태의 제품은 두 개뿐이며, 레티널이 그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실적을 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스마트글래스는 착용만 하면 두 손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불편한 착용감이나 장시간 사용에 따른 배터리 소모, 시각적 요소 등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이런 점 때문에 구글은 젠틀몬스터, 메타는 에실로룩소티카 등 아이웨어 브랜드에 투자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일상에서 스마트글래스를 쓰기 위해서는 안경과 선글라스처럼 사용성이 좋고 패셔너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실제로 집에서 휴대용 모니터 형태의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하고 유튜브를 보면서 빨래나 설거지를 한다"며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콘텐츠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중간 형태의 스마트글래스는 스마트폰과 먼저 연결되는 구조이지만 굳이 폰을 들지 않더라도 평소에는 일반 안경처럼 사용하다가 AI가 필요할 때 질문에 답변해주고 소통이 가능한 일상형 글래스도 있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AR 글래스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마트워치도 LTE 버전을 쓰는 사람은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밖에서 통화를 할 수 있지만 스마트워치만으로 웹서핑이나 메신저 사용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며 "AR 글래스는 이런 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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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재혁 레티널 대표. 2025.08.18 mironj19@newspim.com |
김 대표는 레티널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네이버, 카카오, LG전자, 롯데벤처스, EPSON, KDDI 등 대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그 배경에 대해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기업들은 다음 시장으로 VR·AR을 주목하고 있다"며 "개별 제품을 만드는 회사보다는 어떤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 주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에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국가전략기술 보유 기업으로 지정됐다. 국가전략기술 보유 기업에 이름을 올리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초격차 기술특례 상장이 가능하다. 레티널은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 관련 일정을 공식화할 예정이며 현재 프리 IPO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레티널은 광학 모듈을 양산해 고객사에 납품하고, 고객사는 이를 활용해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스마트글래스를 출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많은 고객사와 좋은 제품을 출시하고 싶다"며 "현재는 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여러 가지 좋은 소식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기업이 '국가대표 AI'에 참여하고 있는데 결국 좋은 AI 모델이 만들어지면 서비스 단계에서 소비자가 쓸 디바이스는 AR 글래스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타이밍에 맞춰 레티널과 소통하는 고객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