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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한심주택의 민낯

기사입력 : 2025년08월22일 14:06

최종수정 : 2025년08월22일 15:14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A씨는 서울 내 청년안심주택 모집에 추가 당첨됐다. 1인 가구가 살기 괜찮은 전용 17㎡ 크기에 신축으로 꾸며진 실내도 좋았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역세권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또한 청년안심주택이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싸게 임대료가 책정된 점도 좋았다.

하지만 입주하지 않았다. 모집 과정이 상당히 의아했기 때문이다. 주택 호수 추첨 전까지 자세한 추첨 방식과 계약금 관련 설명도 진행되지 않았으며, 추첨 뒤 당장 계약금을 마련하라는 주문도 뒤따랐다. 주말 내에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내라고 재촉하는 모습이 '안심주택'이라는 이름과 너무나도 상이했다. 결정적으로 최근 불거진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우려되자 결국 A씨는 마음을 접어야만 했다. A씨가 입주를 단념한 뒤에도 이 사업장은 수차례나 추가 모집을 이어가는 중이다.

송현도 건설중기부 기자

'안심'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세대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던 서울시의 청년안심주택 정책이 역설적으로 청년들의 주거와 재산을 위협하는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발생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보증금 미반환 사태와 같이, 청년안심주택이라는 이름과 달리 곳곳에서 제도 부실이 관측되면서 위험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제도의 취지는 좋았다. 살인적인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 속에서 청년들이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자,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 및 간선도로변의 미개발 또는 저이용 토지를 활용해 양질의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전세사기 등 주거 불안을 부추기는 금융 사고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잠재울 해결책으로 보였다.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서울시가 채택한 사업 모델은 공공-민간 협력(PPP) 방식이었다. 민간 사업자에게 용도지역 상향 및 용적률 완화를 비롯한 각종 건축 기준을 완화해주는 한편, 금융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민간 사업자는 공공성을 담보하는 임대주택을 건설하여 시세보다 저렴하게 청년층에게 공급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이렇게 지어진 청년안심주택이 표방한 이름과 달리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공공임대주택(전체의 약 20% 차지)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직접 공급하고 관리하지만, 약 80%를 차지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민간 사업자가 직접 공급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의 책임 역시 전적으로 사업자에게 있었다.

이런 민간임대주택의 보증금은 공급 유형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보통 1억원을 넘나든다. 특히 입주 요건으로 소득 기준도 살피기 때문에, 평균 소득에 수렴하는 청년들이 1억원이라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받아야 한다.

이렇게 대출받은 보증금을 시행사의 문제로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문제는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잠실 센트럴파크는 140여 가구의 입주민들이 약 239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시행사가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시공사가 공사대금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건물 전체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건물에는 이미 421억원 규모의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후순위인 임차인들에게 돌아갈 몫은 남아있지 않았다.

문제가 드러나자 서울시는 뒤늦게야 최소 4개 사업장을 보증금 미반환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조사 결과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가구는 서울 전역에 걸쳐 15개 단지, 31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의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피해 안심주택을 찾은 이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자로 전락한 것이다. 이유는 재정적 취약성이었다. 일부 사업자들은 자기자본 비율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영세 시행사'였기 때문에 재정 위협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

임차인을 보호할 최후의 안전망은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이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심사를 거절당한 취약 사업장도 있었고, 아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서울시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보증금 우선 지급 및 전세사기 피해자법 적용 등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서울시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과정의 판을 짜고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는 다름 아닌 서울시에 있었다. 하지만 부실한 사업자 검증 시스템을 설계하고,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음에도 '안심'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청년 세대를 오도한 것은 시 당국의 방관적 태도가 자명하다.

피해자 구제뿐 아니라 각 시행사의 천차만별인 운영 행태도 살펴보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일례로 올해 초 서울의 한 임대주택은 선착순 입주자 선정 방식을 선택하며 한 차례 논란을 빚었다. 먼저 원하는 타입(평형)에 타입별 선착순 100명 안에 들어야 '최종 계약신청 대상자'가 될 수 있었으며, 1단계를 통과한 사람들끼리 다시 한번 선착순으로 원하는 동·호수를 지정해 계약을 신청하는 방식이었다.

논란이 된 것은 공고문에 적힌 내용이었다. 선착순 1인을 초과해 신청 접수된 경우 최초 신청자 1인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며 이후 신청자는 무효 처리된다는 내용으로, 선착순 시스템에도 중복 접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이었다. 우려대로 실제 계약 신청 과정에서는 중복 접수로 인한 계약 취소 사태가 발생했다. 더러는 선착순 신청에 성공했음에도 일방적으로 계약이 취소되는 사태도 촉발했다.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불만 제기는 고소 압박에 의해 묵살됐다. 일방적 계약 취소를 당한 신청자 B씨는 시스템 오류를 지적하면서 입주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민원을 서울시에 제기하고 데이터 공개를 요구했지만, 해당 주택의 시행사는 '중복 신청됐으나 시스템 오류로 인해 신청이 완료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항의성 게시글과 설문 조사를 삭제하고 시행사에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같은 압박에 결국 B씨는 게시글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청년임대주택의 보증보험 가입뿐 아니라 전반적인 시스템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앞서 B씨가 게시글을 내릴 수밖에 없던 이유는 신고 체계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서 서울시가 시행사를 감시하거나 제동을 걸 방법은 없었다. 서울시는 최근까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관리 감독은 민간에 있다는 방관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과태료 부과와 같은 후속 조치가 아니라 즉각적인 입주자 모집 중단, 신규 대출 제한, 사업 자격 정지 예고 등 자동으로 작동하는 단계별 제재도 필요하다. 실제 최근 들어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 등에서는 청년임대주택 문제와 관련한 법제화 논의가 오가는 중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피해 발생과 빠른 청년 가구 주거 공급을 위해서는 더욱 정밀하고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진정한 '안심'은 정책의 이름이나 홍보 문구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이대로면 청년안심주택 프로그램은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감독의 책임을 방기한 실패작으로 남을 가능성이 팽배하다. 당국을 믿고 임차했던 피해 청년 세대의 배신감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된다.

물론 제도 보완을 하지 않고 민간 운영이라는 미명 아래 책임을 방기하고자 한다면 현행을 유지해도 좋다. 다만 그 경우 이름이라도 바꿔야 한다. 많이 바꿀 필요는 없다. 한 글자만 바꾸면 된다. 청년안심주택이 아니라 청년한심주택으로.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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