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자유로운 파우치형, 안전성이 숙제
안정성 앞세운 각형, 삼성SDI의 선택 배경
테슬라가 불붙인 원통형, 차세대 표준 유력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의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기업들의 '힙(hip)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릴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모터도,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결국 '배터리'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 배터리도 모양, 즉 '폼팩터(Form Factor)'에 따라 성능과 안전성, 그리고 가격까지 달라집니다.
현개 전기차용 배터리 폼팩터는 크게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3가지로 구분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원통형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로 거론됩니다. 국내 대표 배터리 업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도 원통형 배터리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입니다.
◆맞춤형 디자인 가능한 파우치형, 안전성이 약점
파우치형의 가장 큰 장점은 디자인 다양성입니다. 원통형이나 각형과 달리 규격이나 디자인이 정해져 있지 않아 고객사 니즈에 맞춤 생산이 가능하죠. 차량 배터리 위치에 따라 원하는 디자인이 다를 수 있는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폼팩터인 셈입니다. 데드 스페이스(빈 공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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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리튬이온 배터리 파우치셀. [사진=SK온] |
경량화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무거운 캔 대신 알루미늄 파우치를 사용해 경량화가 가능하고, 무게당 고에너지밀도 배터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폼팩터 자체가 원통형, 각형 대비 튼튼하지 않아 외부 충격으로 인한 배터리 손상 시 쇼트 발생에 따른 화재 위험이 큽니다. 복잡한 제조 공정으로 원통형, 각형 대비 3배 정도의 생산시간이 소요되고 가격도 비쌉니다.
◆안전성 우수한 각형, 삼성SDI가 선택한 이유
각형 배터리는 튼튼한 알루미늄 케이스를 사용해 안정성이 우수하고 외부 충격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전극 활물질을 각형 내부에 삽입할 때 모서리 부분의 공간이 활용되지 못해 에너지밀도 측면에서 불리합니다. 제조 공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것도 단점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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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속 각형 배터리. [사진=삼성SDI] |
국내 배터리업체 가운데서는 삼성SD가 처음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폼팩터로 각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통형과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성'을 고려해 각형을 채택한 것이죠.
삼성SDI는 벤트(Vent), 퓨즈(Fuse) 등 안전성 강화 설계 기술을 적용했으며, 최근에는 인접 배터리 셀 간 열전파를 방지하는 No TP 기술을 개발해 제품 설계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주목한 원통형,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
원통형 배터리는 1991년 리튬이온 배터리가 상용화될 때 상품화된 가장 오래된 폼팩터입니다. 김밥처럼 돌돌 만 소재를 원통형 배터리 캔에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비교적 공정 구조가 간단합니다. 2170, 4680 등 규격이 정해져 있어 생산성이 높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과거 원통형 배터리는 캔 사용으로 파우치 대비 무거워 차량 경량화에 불리하고, 공간 효율성이 떨어져 외면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가 지난 2023년 4680(지름 46㎜·높이 80㎜) 배터리를 생산하며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습니다. 지름이 46㎜로 늘어나면서 셀 내부에서 전극 조립체를 감는 횟수가 늘었고, 효율성이 높아졌습니다. 소재를 원통형의 배터리 캔으로 감싸기 때문에 안정성도 뛰어납니다. 한 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셀 수는 줄어들어 생산 비용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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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 및 2170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
국내 기업들도 개발에 뛰어들었고, 최근 수주 소식도 있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와 대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 제품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베트남 전기버스 제조사 킴롱모터스와 원통형 배터리 공급 협약도 체결했습니다.
삼성SDI도 46파이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용 46파이 배터리를 양산 중으로 전기차용은 양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SK온도 원통형 배터리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결국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추기 위해선 안전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적절한 폼팩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어떤 폼팩터로 글로벌 경쟁에서 선전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