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부진했지만 RPO 359% 급증에 주가 폭등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NYSE:ORCL)이 지난 분기(6~8월, 회계연도 2026년 1분기) 실적에서 월가 전망치를 밑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초대형 계약을 발표하며 시장 기대를 뒤흔들었다.
회사가 공개한 잔여 성과 의무(RPO)가 전년 대비 359% 늘어난 4550억달러에 달했다. RPO는 계약이 체결되었지만 아직 인식되지 않은 매출을 의미하며, 미래의 매출 성장 가능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이 같은 발표에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30% 폭등하며 1999년 닷컴 버블 이후 최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오라클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이미 4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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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일제히 목표가를 대폭 올리며 오라클을 'AI 인프라 강자'로 재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368달러로 제시했다. 기존 대비 73달러 높아진 수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라클이 오픈AI, 메타, 엔비디아, AMD 등 대형 AI 고객사를 확보하며 서비스형GPU(GPU as a Service, 이하 GPUaaS)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UBS는 목표주가를 360달러로 올리며 "4550억달러에 달하는 RPO는 시장 예상을 압도하며 장기 성장 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는 목표가를 335달러로 유지하면서도 "20년 넘게 업계를 커버하며 본 것 중 가장 강력한 실적 모멘텀"이라고 강조했다.
구겐하임도 목표가를 기존 250달러에서 375달러로 대폭 상향하며 "25년 만에 보는 성장 신호"라고 평가했다.
스티펠 역시 목표가를 250달러에서 350달러로 높였다. 스티펠은 "359%에 달하는 RPO 급증과 대규모 설비투자(Capex) 확대에도 불구하고, 향후 주당순이익(EPS) 전망은 오히려 상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투자의견을 '시장비중(Equal-weight)'으로 유지하며 목표가 246달러를 제시, 보수적 입장을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오라클이 기존 SaaS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데이터센터 운영자·AI 인프라 제공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2025년 103억달러에서 2030년 1440억달러로 14배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월가에서는 "AI 투자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오라클이 단숨에 빅테크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