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 비자 인력 현장 투입, 가동 차질 최소화
ESS 진출 본격화…AMPC 혜택 전액 인식 기대
경쟁사 공장 지연 반사이익, 재무 부담은 여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미국 전기차 시장이 정책 변화와 돌발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오는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전기차 세액공제가 오는 30일 조기 종료되면서, 4분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온실가스 규제 철회 등 친환경 정책을 후퇴시키면서 보급 속도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 구금 사태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현지화 전략을 뒤흔든 사건으로 꼽힌다. 현대차와 합작해 조지아주에서 공장을 건설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직원들이 비자 문제로 대거 구금되면서 가동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업계는 이번 사태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현지 투자 전략 전반이 다시 침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지 생산 기반 확대가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인력 관리 리스크까지 부각된 만큼 단기간 내 정상화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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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사진=SK온] |
1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현장 대응책을 가동했다. SK온은 B-1 단기 상용 비자 소지 인력을 직접 현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원칙적으로 출장 목적의 인력에게는 생산 라인 투입이 제한되지만, 이번에는 장비 설치·유지 보수·교육 등 범위 내에서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한 조치다. SK온은 이들을 공장 가동과 고객 대응에 배치하며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가동 재개 지연과 맞물려 SK온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온은 현재 포드와 합작해 켄터키와 테네시주에 각각 37GWh, 45GWh 규모의 대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현대차·기아와도 조지아주에 35GWh 규모 합작 공장을 세우고 있다. 켄터키 공장은 이미 가동을 시작했고 나머지 시설도 내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 차질로 인해 SK온의 생산 능력과 고객사 대응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SK온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으로의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조지아 단독 공장에서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배터리 생산을 계획하며, 전기차 수요 둔화 리스크를 상쇄하려 한다. ESS는 단독 공장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을 전액 인식할 수 있어 수익성 안정성이 높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ESS의 성장성이 커지는 가운데 SK온은 선제적 대응을 통해 실적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다만 재무 부담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SK온의 순차입금은 지난 2022년 말 5조8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2조원으로 불어났다. SK그룹은 대규모 증자와 계열사 합병 등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윤활유 사업을 영위하는 SK엔무브와 합병을 단행했고, 지난 7월에도 2조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결정해 재무구조 안정을 꾀했다.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가 확인된 만큼 단기 유동성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의 정책 리스크와 인력 문제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현지 합작 투자 기반을 가진 국내 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는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 종료와 구금 사태로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SK온처럼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ESS 등 신수요를 선점하는 업체는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며 "폼팩터와 케미스트리 다변화, 로봇용 배터리 개발까지 이어져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