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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정상국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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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을 때 큰 기대는 없었지만, 결국 불과 백일 만에 무너졌다. 대통령과 여당에서 약속한 정상국가 건설에 대한 외침은 결국 젊어서부터 꿈꿔온 수구세력의 척결처럼 들린다. 당연히 야당 몫으로 주어져야 할 간사선임 안건 하나를 놓고 다수결로 부결시키고 고성과 야유, 퇴장으로 지새운다. 절차와 관행을 무시하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상공회의소까지 우려한 법제정까지 다수의 힘으로 일방적으로 몰아 붙였다. 3권 분립을 사수해야 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은 대법원장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여당의 정치공세를 은근히 방관하고 묵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정치 수준은 냉혹하게도 유아적 모습을 보인다. 존 스튜어드 밀은 유아적 양상(Infantilization)은 비민주적 정치인의 기형적 모습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금 민주주의의 본질, 그 정당성의 기초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8 mironj19@newspim.com

다수의 횡포와 민주주의의 위기

미국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은 『Taking Rights Seriously(권리를 진지하게 대하기)』(1977)에서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리에만 의존할 때 필연적으로 다수의 폭정이라는 위기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이중 계수(Double Counting)"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다수의 일부가 자신의 도덕적·신앙적 신념을 근거로 소수에게 규범을 강요할 때, 이는 그들의 표가 두 번 계산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드워킨에게 권리란 단순한 정치적 절차의 부산물이 아니라,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트럼프 카드, 즉 비장의 카드"다. 소수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 이것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다.

오늘날 여당은 다수의 힘으로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내란 이라는 법적 용어가 정치적 낙인처럼 사용되며, 야당은 해산 대상으로 규정된다. 이는 드워킨이 경고했던 바로 그 상황, 즉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구조다.

리처드 울헤임(Richard Wollheim)은 「A Paradox in the Theory of Democracy(민주주의 이론의 역설)」(1962)에서 민주주의의 역설을 지적한다. 왜 소수는 자신이 반대했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는가? 울헤임의 대답은 절차적 신뢰에 있다. 소수는 다수의 힘에 굴복해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절차가 가져다 줄 안정성과 헌법적 지속성에 기대어 스스로 승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절차가 공정하지 않거나, 다수가 절차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할 때, 소수는 더 이상 민주주의에 승복할 이유를 잃는다. 지금 한국 국회에서 보이는 것은 바로 이 절차적 신뢰의 붕괴다. 법사위 배분을 둘러싼 다툼, 합의 없는 강행 처리, 상호 불신은 결국 절차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울헤임의 문제의식은 오늘의 국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절차적 신뢰 없이는 민주주의도, 소수의 승복도 존재할 수 없다.

제레미 월드론은 『Law and Disagreement(법과 불일치)』(1999)에서 민주주의의 정당성은 합의(consensus)가 아니라 불일치(disagreement)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모든 정치적 공동체가 근본적으로 상이한 도덕적 관점과 가치관을 가진 시민들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과제는 불일치를 제거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공정하게 다루는 것이다. 국회에서 치열한 토론이 일어나고, 상반된 입장이 끝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는 과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본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회는 불일치를 다루는 공간이 아니라, 불일치를 증폭시키는 공간으로 전락해 있다. 다수의 힘은 곧장 날카로운 칼이 되어 소수를 위협하고, 소수는 저항만을 무기 삼아 끝없는 대치에 나선다. 월드론의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 정치의 최대 위기는 불일치를 다루는 제도적 역량의 붕괴다. 정치는 싸움이 아니라 싸움을 제도적으로 길들이는 행위인데, 지금의 국회는 그 길들이기에 실패하고 있다.

이 역설은 한국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절차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소수는 결코 다수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여당의 행태는 절차를 파괴하면서도 정통성을 주장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가 이겼다고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 다수가 절차적 정당성을 존중할 때만이 민주주의적 권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민주주의가 존속하는 이유는 단순히 올바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 때문만은 아니다. 프랑스 수학자이자 철학자 콩도르세(Marie Jean Antoine Nicolas de Caritat, Marquis de Condorcet)는 『Essai sur l'application de l'analyse à la probabilité des décisions rendues à la pluralité des voix(다수결에 의해 내려지는 결정의 확률에 대한 분석 적용 시론)』(1785)에서, 집단적 투표가 개인보다 더 나은 결정을 산출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도구적 정당화(instrumental justification)의 한 근거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가치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밀이 말했듯, 민주주의는 정치인과 시민들이 유아성을 벗어던지고 지적·도덕적 성숙을 촉진한다. 토론과 참여의 과정은 개인을 단련시키고, 공적 세계에 대한 책임의식을 심어 준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설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은 자신이 절차에 참여했다는 사실에서 결과를 수용할 근거를 찾는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과제

지금 한국의 정치는 바로 이 세 가지 기반, 즉 올바른 결정, 시민의 성장, 정당성 확보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여당은 다수의 힘만을 내세우고, 야당은 그토록 자부했던 민주적 성취와 역사적 시계를 되돌린 잘못에 대해 온전히 사죄하고 책임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정상국가"를 외쳤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정치는 여전히 갈등과 분열, 낡은 정치적 동원 방식에 갇혀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다수의 폭정을 막기 위해 1조부터 10조까지 수정헌법을 담은 권리장전을 제정했듯이, 이제 한국 역시 민주주의의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 한다. 이는 새로운 헌법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합의 – 소수의 권리 보장, 절차의 존중, 합의와 타협의 복원 – 없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정상국가로 가는 길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속에서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넘어선 선진국이다. 그러나 정치의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국가는 결코 존중받는 정상국가가 될 수 없다. 세 철학자가 강조한 민주주의의 본질은 단 하나다. 다수와 소수가 함께 대화하고 타협하며, 국민의 기본권리를 존중하는 정치다.

오늘 국회에 필요한 것은 고성과 야유보다 국민 앞에 무릎 꿇는 겸손이다. 정상국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대타협의 물꼬를 어떻게 틀 것인가에 대한 처절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수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꾸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곧 비장의 카드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거리에서 삿대질하며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라는 제도 속에서 합의와 협력으로 구현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동맹국 국민에게 쇠사슬에 묶어 비인간적 대우와 모멸감을 안긴 미국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자국민의 온전한 대우를 요구하는 국회결의안부터 함께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 대한민국은 더 이상 냄비 속 개구리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뚜껑을 열고 나와 세계가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에서 우리 국민들도 제대로 대우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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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대학 해킹 지속…보호법은 '국회 계류 중'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금융권과 대학 등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회의 입법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가 기업의 정보보안 책임을 강화하고 침해사고 은폐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상당수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야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와 증거 보전 등에서 유사한 법안을 내놓고 있어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금융사 CEO 보안책임·침해사고 증거보전 강화 추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킹 등 침해사고가 확인된 금융회사는 모두 16곳으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약 10만건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130곳에서 보안관리 미흡 사항이 확인됐다. 대학가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연세대 포털서비스가 해킹 당해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 등 1만5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8월에는 서강대에서도 약 18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국회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상당수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유동수 의원이 지난해 11월 금융회사의 정보보안 책임을 강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금융회사 대표이사를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 확보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관리조치의 최종 책임자로 명시하고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침해사고에 따른 전자금융거래정보와 개인신용정보 유출에는 총매출액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정보보호 공시제도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민규 의원도 지난달 14일 개인정보 침해사고 발생 때 관련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침해사고 관련 접속기록의 보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자료를 은닉하거나 폐기·위조·변조한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조사 방해행위를 신고하거나 제보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손명수 의원도 지난달 21일 해외 기업이 지정한 국내 대리인의 개인정보 유출 대응과 피해구제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국내 대리인에게 시정명령과 변경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증거은폐 제재·유출정보 불법유통 차단 입법 속도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재발 방지와 사후 대응을 위한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지난달 17일 개인정보 침해사고 발생 이후 증거를 은폐하거나 조작한 기업에 매출액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조사 개시 이전과 조사 과정에서 자료를 은닉·폐기·위조·변조하는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규정하고 관련 위반행위를 신고하거나 제보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강명구 의원도 지난 7월 유출된 개인정보의 불법 거래를 처벌하고 다크웹 등에서 유통되는 개인정보의 탐지·삭제·차단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침해사고 관련 자료의 보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정보 보호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형수 의원도 지난달 7일 퇴직자나 부서 이동 직원의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변경·말소하도록 하는 의무를 법률에 명시하고 관련 기록을 3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주요 법안 6건 모두 정무위 계류…향후 입법 성과 주목 여야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안을 잇따라 내놨지만 실제 국회 심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발의한 개인정보 보호 관련 주요 법안 6건은 모두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유동수 의원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만 지난해 12월 1일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뒤 올해 3월 31일 상정됐으며 이후 의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나머지 5건은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아직 상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은 일부 시행되고 있다. 지난 9월 11일부터 시행된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행위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 대표자의 개인정보 보호 최종책임을 명문화하고 개인정보 보호책임자(CPO)의 권한도 강화했다. 다만 이미 시행된 개인정보 보호법과 별개로 금융권에 특화된 보안관리 체계와 침해사고 조사 과정의 증거 확보, 유출정보의 불법유통 방지를 포함한 추가 입법 과제는 여전히 국회에 남아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금융권을 넘어 대학 등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여야가 유사 법안을 중심으로 협의에 나서고 실질적인 입법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건이다. oneway@newspim.com 2026-10-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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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전쟁 충격 같은데…韓 증시, 왜 더 흔들렸나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빠르게 상승했던 만큼 하락폭도 빨랐던 코스피, 미국의 고금리와 중동 긴장에 따른 유가 불안, 환율 변화가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 여건에 부담을 줬다. 여기에 수출주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와 약해진 매수 기반이 맞물리면서 대외 충격이 코스피의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는 18.83% 하락했다. 코스피는 지난 9월 30일 6838.04에서 10월 23일 5550.30으로 내려왔다. 이달 2일 7003.74까지 올랐던 지수는 15일 5554.22로 하락했으며, 이후에도 5000대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 등 수출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는 글로벌 AI 투자와 금융환경 변화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원화 강세에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서 환율뿐 아니라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과 국내 매수 기반의 약화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AI 일러스트= 이나영 기자] ◆ 유가·고금리 부담, AI 고객사의 투자 여력 압박 중동 긴장에 따른 고유가는 기업의 비용 부담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통해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생산·운송비를 높이는 가운데 물가 불안이 지속되면 국내 기업과 해외 고객사의 투자 여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1.79달러,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108.79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전 거래일보다 하락했지만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9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7.6% 올라 8월(15.9%)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원유와 원재료를 수입하는 기업이 비용 증가분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은 높은 금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계를 통해 국내 증시에도 부담을 주는 변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전월 대비 0.6% 상승해 8월(각각 3.4%, 0.4%)보다 상승률이 높아졌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전체 월간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6.3% 올랐다. 국내 반도체주에는 높은 금리가 AI 고객사의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데이터센터 투자기업의 차입 비용이 늘어나면 설비투자와 반도체 구매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수요가 늘더라도 고객사의 투자자금 확보 여부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주와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인프라가 부채 기반 투자로 이동하는 가운데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며 "조달금리가 실제로 계속 높아지면 AI 사업 수익성에 대해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 뉴스핌DB]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조달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코어위브의 신용위험도 부각됐다. 금융정보업체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5일(현지시간) 1100bp(1bp=0.01%포인트)를 넘어섰다.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한 보장 비용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코어위브 등 AI 인프라 기업의 재무 부담은 국내 증시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 이익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고객사의 투자 지연이 향후 주문과 제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 원화 강세에도 주가 약세…메모리 중심 구조에 충격 집중 한국 증시의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두고는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산업 구조가 대외 충격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투자에 대한 경계가 고객사의 구매 물량과 메모리 가격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국내 대표 기업의 이익 지속성에 대한 평가도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9월 말 MSCI 한국지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비중은 62.9%였다. 글로벌 투자자가 메모리 기업의 비중을 줄이면 한국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 비중 조정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에도 외국인 주식 매도가 이어진 점은 최근 국내 증시 약세를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손 우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환율이 하락해도 반도체 이익 전망에 대한 경계가 남아 있으면 외국인 매수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기준, 전 거래일보다 2.2원 내린 1328.1원을 기록하며 4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다. 2024년 10월 2일(1319.3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공급 기대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원화 강세는 환헤지를 하지 않은 외국인의 달러 환산 수익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수출기업에는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 감소 부담이 될 수 있어 환율 안정이 주가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김예원 기자 = 코스피가 전장 종가보다 1001.89포인트(17.91%) 상승한 6595.45로 거래가 마감된 가운데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딜링룸에 SK하이닉스와 삼정전자, 달러/원 환율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6.07.31 yeawon2@newspim.com 중국 메모리 기업의 기술 추격 우려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향후 수익성을 둘러싼 변수로 꼽힌다. AI 고객사의 투자 여력과 함께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가 메모리 가격과 국내 기업의 가격 협상력에 미칠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AI·반도체 투자심리 변화에 민감한 데다,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낼 국내 매수 여력도 약해지면서 다른 주요국보다 낙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금리·환율 안정만으로 회복 한계…이익 지속성 확인 필요 다만 금리와 환율이 일부 안정됐던 10월 중순에도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높은 자금조달 비용이 유지되면서 대외 변수의 단기 개선만으로는 AI 투자와 반도체 이익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기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109%로 일주일 전보다 약 10bp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를 유지했다. 10월 13~20일 원·달러 환율도 하락했으나 코스피는 종가 기준 8.0% 내렸다. 시장에서는 금리·환율의 단기 움직임보다 고객사의 투자와 국내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실적 전망이 양호해도 높은 조달비용이 향후 투자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부담을 줬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23일부터 10월 19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률은 각각 23.6%, 31.4%였다. 같은 기간 두 기업의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각각 1.8%, 3.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종형 센터장은 "주가는 현재 실적뿐 아니라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와 이를 실현할 가능성까지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실적과 주가가 단기적으로 괴리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회복을 위해서는 물가·금리 부담 완화와 함께 AI 투자가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 금리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반도체 업황과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nylee54@newspim.com 2026-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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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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