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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정상국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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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을 때 큰 기대는 없었지만, 결국 불과 백일 만에 무너졌다. 대통령과 여당에서 약속한 정상국가 건설에 대한 외침은 결국 젊어서부터 꿈꿔온 수구세력의 척결처럼 들린다. 당연히 야당 몫으로 주어져야 할 간사선임 안건 하나를 놓고 다수결로 부결시키고 고성과 야유, 퇴장으로 지새운다. 절차와 관행을 무시하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상공회의소까지 우려한 법제정까지 다수의 힘으로 일방적으로 몰아 붙였다. 3권 분립을 사수해야 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은 대법원장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여당의 정치공세를 은근히 방관하고 묵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정치 수준은 냉혹하게도 유아적 모습을 보인다. 존 스튜어드 밀은 유아적 양상(Infantilization)은 비민주적 정치인의 기형적 모습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금 민주주의의 본질, 그 정당성의 기초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8 mironj19@newspim.com

다수의 횡포와 민주주의의 위기

미국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은 『Taking Rights Seriously(권리를 진지하게 대하기)』(1977)에서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리에만 의존할 때 필연적으로 다수의 폭정이라는 위기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이중 계수(Double Counting)"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다수의 일부가 자신의 도덕적·신앙적 신념을 근거로 소수에게 규범을 강요할 때, 이는 그들의 표가 두 번 계산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드워킨에게 권리란 단순한 정치적 절차의 부산물이 아니라,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트럼프 카드, 즉 비장의 카드"다. 소수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 이것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다.

오늘날 여당은 다수의 힘으로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내란 이라는 법적 용어가 정치적 낙인처럼 사용되며, 야당은 해산 대상으로 규정된다. 이는 드워킨이 경고했던 바로 그 상황, 즉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구조다.

리처드 울헤임(Richard Wollheim)은 「A Paradox in the Theory of Democracy(민주주의 이론의 역설)」(1962)에서 민주주의의 역설을 지적한다. 왜 소수는 자신이 반대했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는가? 울헤임의 대답은 절차적 신뢰에 있다. 소수는 다수의 힘에 굴복해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절차가 가져다 줄 안정성과 헌법적 지속성에 기대어 스스로 승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절차가 공정하지 않거나, 다수가 절차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할 때, 소수는 더 이상 민주주의에 승복할 이유를 잃는다. 지금 한국 국회에서 보이는 것은 바로 이 절차적 신뢰의 붕괴다. 법사위 배분을 둘러싼 다툼, 합의 없는 강행 처리, 상호 불신은 결국 절차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울헤임의 문제의식은 오늘의 국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절차적 신뢰 없이는 민주주의도, 소수의 승복도 존재할 수 없다.

제레미 월드론은 『Law and Disagreement(법과 불일치)』(1999)에서 민주주의의 정당성은 합의(consensus)가 아니라 불일치(disagreement)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모든 정치적 공동체가 근본적으로 상이한 도덕적 관점과 가치관을 가진 시민들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과제는 불일치를 제거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공정하게 다루는 것이다. 국회에서 치열한 토론이 일어나고, 상반된 입장이 끝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는 과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본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회는 불일치를 다루는 공간이 아니라, 불일치를 증폭시키는 공간으로 전락해 있다. 다수의 힘은 곧장 날카로운 칼이 되어 소수를 위협하고, 소수는 저항만을 무기 삼아 끝없는 대치에 나선다. 월드론의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 정치의 최대 위기는 불일치를 다루는 제도적 역량의 붕괴다. 정치는 싸움이 아니라 싸움을 제도적으로 길들이는 행위인데, 지금의 국회는 그 길들이기에 실패하고 있다.

이 역설은 한국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절차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소수는 결코 다수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여당의 행태는 절차를 파괴하면서도 정통성을 주장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가 이겼다고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 다수가 절차적 정당성을 존중할 때만이 민주주의적 권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민주주의가 존속하는 이유는 단순히 올바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 때문만은 아니다. 프랑스 수학자이자 철학자 콩도르세(Marie Jean Antoine Nicolas de Caritat, Marquis de Condorcet)는 『Essai sur l'application de l'analyse à la probabilité des décisions rendues à la pluralité des voix(다수결에 의해 내려지는 결정의 확률에 대한 분석 적용 시론)』(1785)에서, 집단적 투표가 개인보다 더 나은 결정을 산출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도구적 정당화(instrumental justification)의 한 근거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가치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밀이 말했듯, 민주주의는 정치인과 시민들이 유아성을 벗어던지고 지적·도덕적 성숙을 촉진한다. 토론과 참여의 과정은 개인을 단련시키고, 공적 세계에 대한 책임의식을 심어 준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설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은 자신이 절차에 참여했다는 사실에서 결과를 수용할 근거를 찾는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과제

지금 한국의 정치는 바로 이 세 가지 기반, 즉 올바른 결정, 시민의 성장, 정당성 확보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여당은 다수의 힘만을 내세우고, 야당은 그토록 자부했던 민주적 성취와 역사적 시계를 되돌린 잘못에 대해 온전히 사죄하고 책임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정상국가"를 외쳤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정치는 여전히 갈등과 분열, 낡은 정치적 동원 방식에 갇혀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다수의 폭정을 막기 위해 1조부터 10조까지 수정헌법을 담은 권리장전을 제정했듯이, 이제 한국 역시 민주주의의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 한다. 이는 새로운 헌법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합의 – 소수의 권리 보장, 절차의 존중, 합의와 타협의 복원 – 없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정상국가로 가는 길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속에서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넘어선 선진국이다. 그러나 정치의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국가는 결코 존중받는 정상국가가 될 수 없다. 세 철학자가 강조한 민주주의의 본질은 단 하나다. 다수와 소수가 함께 대화하고 타협하며, 국민의 기본권리를 존중하는 정치다.

오늘 국회에 필요한 것은 고성과 야유보다 국민 앞에 무릎 꿇는 겸손이다. 정상국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대타협의 물꼬를 어떻게 틀 것인가에 대한 처절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수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꾸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곧 비장의 카드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거리에서 삿대질하며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라는 제도 속에서 합의와 협력으로 구현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동맹국 국민에게 쇠사슬에 묶어 비인간적 대우와 모멸감을 안긴 미국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자국민의 온전한 대우를 요구하는 국회결의안부터 함께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 대한민국은 더 이상 냄비 속 개구리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뚜껑을 열고 나와 세계가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에서 우리 국민들도 제대로 대우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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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9.6%·코스닥 14% 상승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5일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코스피는 2008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코스닥은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90.36포인트(9.63%) 오른 5583.90에 마감했다. 개인은 1조7919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445억원, 1조7141억원 순매도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뉴욕증시가 美·이란 접촉설에 반등한 가운데 5일 오전 코스피가 전장 종가보다 579.64 포인트(11.38%) 상승하며 5673.18로, 코스닥은 101.55포인트(10.38%) 상승한 1079.99로 거래를 시작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15.20원 하락한 1461.00원에 주간거래를 시작했다. 2026.03.05 yym58@newspim.com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때 5700선을 돌파하며 12%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 기준 608.23포인트(11.94%) 오른 5701.77에 거래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이날 대폭 올랐다. 삼성전자(11.27%), SK하이닉스(10.84%), 현대차(9.38%), 삼성전자우(12.02%), LG에너지솔루션(6.91%), 삼성바이오로직스(8.64%), SK스퀘어(11.64%), 한화에어로스페이스(4.38%), 기아(6.19%), HD현대중공업(9.39%) 등이 상승했다. 코스닥 지수도 동반 상승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7.97포인트(14.10%) 오른 1116.41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은 1조5530억원 팔아치웠고,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8319억원, 7417억원 사들였다. 코스닥 종목별로는 에코프로(20.18%), 알테오젠(11.60%), 에코프로비엠(16.55%), 삼천당제약(22.95%), 레인보우로보틱스(18.47%), 에이비엘바이오(15.04%), 리노공업(18.53%), 코오롱티슈진(12.29%), 리가켐바이오(16.06%), HLB(10.07%) 등이 상승했다. 이날 장 초반 급등세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오전 9시 6분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올해 들어 여섯 번째 발동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올해 네 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제한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일 대비 5% 이상 변동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되며, 발동 시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 이날 국내 증시 급등은 미국·이란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3대 지수가 상승 마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둔화된 점도 투자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상한가(8%)로 마감하며 장 시작 전부터 국내 증시 반등 기대감을 키웠다. 이경민,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이란 모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대내외적 상황과 물밑접촉 가능성을 고려할 때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다시 힘을 얻는 중"이라며 "전일 저점 형성 이후 순매수 전환된 외국인의 매수가 오늘까지 이어졌고, 개인의 저가매수세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 악재로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될 정도의 폭락이 발생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하며 증시 회복력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는 매도보다는 매수 대응이 유효한 구간"이라고 말했다. ycy1486@newspim.com 2026-03-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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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 그친 뒤 주말 '꽃샘추위'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금요일인인 오는 6일까지 이어지는 눈·비가 그친 뒤 주말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꽃샘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5일 기상청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늦은 오후부터 전국에 내리는 비는 하루 뒤인 오는 6일 오전 대부분 지역에 그칠 전망이다. 강원 산지 등 일부 지역에서는 비 대신 최대 15cm 이상 눈이 내릴 가능성도 있다. [사진=기상청] 비와 눈이 그친 뒤 6일 오후부터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강하게 내려오면서 전국에 강한 바람이 분다. 먼바다와 제주도 해상을 중심으로 풍랑특보가 발효될 가능성이 있다. 도로 상황도 악화할 전망이다. 지역과 해발고도에 따라 빗길 또는 빙판길이 예상된다. 주말인 오는 7~8일은 한반도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전국이 대체로 맑겠다. 다만 6일 강수 이후 내려온 찬 공기가 머물면서 주말 기온은 평년보다 다소 낮겠다. 바람까지 더해지며 체감온도는 더 낮겠다. 낮에는 일사가 강해 기온이 오르지만 밤에는 복사냉각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일교차가 15도 안팎까지 벌어지는 곳도 있겠다. 내륙을 중심으로는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서리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얼름이 녹는 시기인 만큼 지반과 공사장, 절개지 주변 안전사고도 주의해야 한다. calebcao@newspim.com 2026-03-0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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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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