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송형종) 금천예술공장은 오픈스튜디오 '크라운 샤이니스(Crown Shyness): 빛으로 그려내는 관계망'을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금천예술공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오픈스튜디오에서는 정기공모로 선발한 16기 입주예술가 16인의 창작 과정과 성과를 다채롭게 선보인다.
금천예술공장은 과거 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해 2009년부터 시각예술 분야 예술가의 창작 산실이 되어 온 '전문 레지던시 공간'이다. 그간 1년에 단 한 번, 3일 간의 오픈스튜디오를 열며 국내 정상급 시각예술 작가들의 작업실을 공개해왔고,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고 교류하며, 동시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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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금천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 포스터. [사진=서울문화재단] |
올해로 16회차를 맞이하는 금천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는 '크라운 샤이니스: 빛으로 그려내는 관계망'을 주제로 선정했다. 크라운 샤이니스는 나무들이 서로의 가지에 닿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성장하는 현상으로, '수관기피(樹冠忌避)'라고도 부른다. 침범보다는 배려를, 경쟁보다는 공존을 택하는 자연의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에 몰두하면서도 다른 예술가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작업을 발전시키는 입주예술가들의 관계를 투영하여 이 현상 자체를 기획의 방향성으로 삼았다.
오픈스튜디오는 예술가의 창작 과정과 성과를 다양한 형태와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네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이번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수묵 채색과 장지를 활용해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탐구하며 사회적 금기, 욕망의 충돌과 상호작용을 고찰하는 이은실 작가, '완벽한 세계' 전시 작품을 재구성하고, 설치와 영상, 사운드, 아카이브를 통해 창작 과정과 실험의 장을 보여주는 김시하 작가, 나뭇조각을 기반으로 드로잉과 회화를 확장하며, 입주 이후 완성한 회화와 일부 조각을 함께 선보이는 이동훈 작가 등 16인 16색의 다채로운 작업실 풍경, 이른바 '창작 실험실'을 공개한다.
기획전시를 통해서는 입주예술가들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책 '공생자 행성'(2014)에서 착안하여 '심바이오틱 플래닛(Symbiotic Planet)'을 동명의 주제로 설정했다. 전시는 오픈스튜디오 기획의도와 연결하여 인간과 자연, 눈에 보이지 않는 유기체가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공생적 태도를 탐구하며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드로잉 등 입주예술가들의 대표작과 신작 30여 점을 공개한다.
'금천아카이브'는 '예술가와 장소성'을 주제로 금천예술공장 인근 지역, 더 넓게는 서울이라는 지역에 대한 예술가의 호기심을 작가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팝업 전시다. 김시하 작가는 금천구에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을 조사하면서 도시재생에 대한 예술가의 시각을 전달한다. 김재민이 작가는 몸에 좋은 약을 찾아 소개하는 '서울의 명약' 시리즈를 소개한다.
오픈스튜디오 첫날인 25일에는 신작 쇼케이스, 야외공연과 퍼포먼스를 겸한 개막행사를 개최한다. 개막행사 오프닝 작품으로 작가 간 협업, 매체 간 공존을 실험하는 이세준·장진승 작가의 공동 프로젝트 'Unfolded Studio × Chronotope: Modular Sync'를 소개한다. 이 작업은 회화와 미디어라는 이질적 매체를 '모듈' 개념으로 결합해 시간과 공간, 신호와 이미지 사이의 공존과 교차에 대한 실험을 시도한다.
또한 박소라 작가는 'Meta Microbiome City'를 제목으로 인터랙티브 사운드 조각 'LUMA'를 활용한 전자음악 퍼포먼스를 마련했다. 환경 데이터와 레지던시에 체류하며 채집한 금천구 독산동의 도시 소리를 결합해 인간과 비인간이 공생하는 미래적 풍경을 소리로 치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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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 기획전시 전경. [사진=서울문화재단] |
야외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와 공연도 준비했다. 김웅용 작가의 '에코 이야기'는 금천예술공장 주변의 시간과 공간을 지연된 소리로 번역해 그리스 로마신화 속 에코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싱어송라이터 곽푸른하늘의 노래와 낭송으로 작가의 서사를 증폭시킨다. 송주호 작가의 'ZOZ'는 도시 재난을 배경으로 고립된 두 인물이 구조 신호를 만드는 장면을 생물학적 단막극으로 구현하며 금천예술공장 건물 구조를 활용한 공간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오픈스튜디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입주작가들이 기획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이세준 작가의 '변화하는 세계를 닮은 그리기'는 퍼즐처럼 맞물린 다양한 모양의 작품을 새롭게 구성해 보면서 회화작품에 대한 고정된 인식이나 캔버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아롱 작가는 '에그템페라를 활용하여 그림 그리기'를 주제로 계란 노른자와 안료를 혼합하는 고전 미술 기법을 활용해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금천예술공장은 전 세계 40여 개국 400여 명(팀)의 입주작가가 거쳐간 명실상부 국내 대표 시각예술 레지던시이다"라고 소개하며 "올해는 특히 '수관기피'라는 자연현상을 오픈스튜디오와 엮어 '상생'이라는 시대적 화두와 연결 지어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의 기회이자, 관객들이 가까이서 예술가와 만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