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앞다투어 만든 영화제 우후죽순
영화제 고유의 예술적·독립적 기능 희석
곁가지는 쳐내고 내실 다져야 할 때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원숙한 성년의 나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고, 화제도 풍성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인이나 영화 애호가들이 쌓은 추억도 한 보따리일 것이다. 그러나 왠지 쓸쓸해 보이는 건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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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은 칼럼의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2025.09.23 oks34@newspim.com |
영화는 가뭄인데, 영화제는 홍수다. 요즘 한국 영화계의 상황이 그렇다. 바꿔 말하면 예년 같지 않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신작 영화의 부재가 큰 몫을 한다. 화제가 되는 영화, 영화감독, 배우들이 현저히 줄었다. 매년 이 나라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200여 개를 훌쩍 넘는다. 부산국제영화제부터 전주, 부천, 제천 등 국제적인 영화제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각 지역의 이름을 딴 영화제도 수두룩하다. 종교, 인권, 해양, 분단, 평화 등 각종 이슈를 품은 영화제도 많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매년 심사를 통해 국비 지원을 한다. 올해 발표한 '2025년 국내 및 국제 영화제 지원 사업' 심사 결과를 보면 대규모 6개와 중소 규모 14개 등 총 20개 영화제가 선정됐다. 지원금액은 31억 9600만 원이다. 가장 지원금액이 많은 곳은 부산국제영화제(5억 4700만 원)이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비슷하게 지원을 받는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억 9000만 원을 받는다. 나머지 중소규모의 영화제들은 수천만 원 안팎의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200여 개가 넘는 영화제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이 같은 지원 규모는 늘 불만을 부른다. 형평성 논란부터 실효성 논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양질의 영화제에 대한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볼 수 있듯이 작금의 영화제는 주목할 만한 작품 부재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영화제가 이토록 많을 이유가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규모의 영화제들이 많아 관객, 스폰서, 언론, 작품이 분산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에서도 이런저런 중소규모의 영화제가 매주 계속된다. 이처럼 영화제들이 난립한 이유는 뭘까. 영화제는 대중들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 대중 친화적인 콘텐츠다. 각 지역마다 영화제를 만드는 이유는 다른 장르보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비교적 쉽게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여기에 배우들이나 감독을 초청하여 잔치 분위기를 만들기도 좋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영화제는 자금력·조직 역량이 떨어져 준비가 부실해지거나 홍보·상영 환경이 떨어진다. 프로그램의 기획이나 관객 동원 면에서도 시원치가 않다. 어떤 영화제는 목적이 흐려져서 단순한 상영회 수준으로 머무르거나, 스폰서·브랜드 제휴 이벤트에 치우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영화제 고유의 예술적·독립적 기능이 희석될 수 있다.
일부 지방자치제는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문화 페스티벌이라는 점에서 영화제를 선호한다. 그러나 영화제를 내실 있게 다지기 위해서는 상영관 대여, 스태프 운영, 마케팅, 심사비, 해외작 초청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작은 영화제일수록 자금 조달이 쉽지 않고, 지속 가능성이 낮다. 또 영화제가 한국 영화 발전과 지자체 주민의 문화 복지에 얼마나 기여해왔는지 한번쯤 되물을 때다. 영화계와 지방자치제에서 냉정하게 영화제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지속 가능한 영화제는 살리고 곁가지는 쳐내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