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가스 포화도 6% 불과…경제성 전무
탐사에 1236억 투입…'혈세 낭비' 비판 불가피
석유공사, '동해탐사팀'에 최고 등급 부여 논란
민주당 "국감서 전체적인 사업 과정 검증" 예고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동해 심해 유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면,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전담 기관인 한국석유공사가 집중 질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50~70%로 추정됐던 가스 포화도는 실제 시추 결과 6%대에 그쳐,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경제성을 전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실패한 사업임에도 담당 부서가 내부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성과급까지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책임론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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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핌] 최지환 기자 =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시추를 맡은 웨스트 카펠라호가 9일 오전 부산항 외항에 정박해 있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이곳에서 보급을 마치고 12월 중순 시추 해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2024.12.09 choipix16@newspim.com |
◆ 석유공사, '대왕고래' 실패 인정…담당 부서 'S 등급' 부여해 논란 확산
23일 정부·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는 다음달 추석 이후 국감을 시작해 정부 부처를 비롯한 산하기관·공기업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로 인한 막대한 예산 낭비와 성과급 논란 등이 겹치면서 국감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 1호' 사안으로 직접 대국민 발표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사업이다. 당시 대통령은 동해 심해에 대규모 가스전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강조하며 이를 에너지 자립과 국가적 도약의 계기로 내세웠다. 그는 대왕고래의 자원 매장량이 최대 140억배럴, 경제적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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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2024.06.03 dream@newspim.com |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총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이벤트성' 발표가 이뤄진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심어주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메이저 기업 '우드사이드'가 이미 철수한 사업을 재무 상태와 실체가 불투명한 '액트지오'와 손잡고 추진한 배경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후로도 예산 등을 둘러싼 갖은 갈등과 함께 47일간 시추를 진행한 결과, 사업은 결국 실패로 드러났다. 최근 석유공사가 발표한 시추 결과에 따르면 대왕고래 구조의 가스 포화도는 6.3%에 그쳤다. 이는 시추 전 50~70%를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가스 포화도는 유전·가스전의 상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지하에 매장된 가스 등의 비율을 의미한다. 대왕고래의 가스 포화도가 6.3%란 것은 나머지 93.7%는 바닷물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구조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했으며, 추가적인 탐사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실상 사업이 실패했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사업 시작부터 탐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총 1236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석유공사가 사업을 담당했던 내부 조직에 최고 등급 평가를 부여하고, 이를 근거로 성과급까지 지급할 예정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 자체는 성과 없이 막을 내렸지만, 정작 전담 기관 내부 관계자들에게는 보상이 뒤따르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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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석유공사의 '2024년도 조직 성과 평가 결과 보고'에 의하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담당한 동해탐사팀은 지난해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상급 부서격인 국내사업개발처 역시 A등급을 수령했다. 석유공사는 이 결과를 근거로 연말까지 성과 연봉을 지급할 예정이다.
실패한 사업임에도 내부적으로는 최고 등급 평가와 성과급 지급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성과급 잔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와 여론 등에서는 국민 혈세로 추진한 프로젝트가 허망하게 끝났는데도 내부만 보상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 민주당, 10월 국감 '송곳 검증' 예고…"혈세 낭비 전모 명백히 규명"
민주당은 이미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당시 야당이었던 지위가 지난 대선을 통해 여당으로 바뀐 만큼, 이번 국감에서는 '정권 교체'의 의미가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된 사업을 현 정부가 직접 심판하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단순한 자원개발 실패를 넘어 정권 교체 이후 첫 국감의 대형 쟁점으로 부상한 셈이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9일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관해 "윤 대통령이 지난해 '삼성전자 시총 5배'라고 국민들을 들뜨게 했던 사업이 결국 '대왕고래'가 아닌 '대꽝고래'가 된 것 아니냐"며 "실체가 불분명한 신기루는 헛된 희망을 낳았고, 그 좌절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시추공에 개당 1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겠다는 발상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이냐"며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무능한 정권의 무모한 도전과 무책임한 국정 운영이 빚어낸 비극이다. 민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혈세 낭비의 전모를 명명백백히 규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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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14 mironj19@newspim.com |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대왕고래 구조에) 구멍을 뚫고 확인해 보니, 원래 가스가 한 70% 정도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6.3%라는 턱도 없는 상황이 확인이 됐다"며 "지난 국회에서는 자료가 없어서 제대로 확인을 못했는데, 이번 국감에서는 액트지오 선정부터 다시 시작해 전체적인 과정을 챙겨볼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진행 중인 자원 탐사 사업 자체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석유공사는 대왕고래를 제외한 다른 유망 구조에 대해 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현재 석유공사가 해외 업체 입찰 중이라고 하는데, 이들에 대해 어떤 특혜를 제공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만약 정말 석유가 나올 수도 있는 곳을 해외 업체한테 헐값에 넘긴다면 그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국감을 통해 이런 부분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결국 이번 석유공사에 대한 국감은 전임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사업 추진 책임과 석유공사의 관리 부실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야당에서 여당으로 지위를 바꾼 민주당은 사업 실패를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책임 소재와 제도적 허점까지 파헤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지난해 국감보다 훨씬 강도 높은 공세를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당시 사업 추진의 불가피성과 에너지 안보 차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어 논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자원 가격 급등과 에너지 안보 위기 속에서 정부가 탐사를 추진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명이다. 석유공사 역시 당시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성과급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내부 평가 시스템 보완과 향후 사업 관리 체계 개선책을 내놓으며 파장 최소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는 지난 22일 성과 평가 논란과 대왕고래 실패 결과 등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 보다 엄정하게 국민 눈높이에 맞춰 성과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대왕고래 정밀 분석 결과를 후속 사업 계획 수립 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우리나라 자원 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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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전경 [사진=석유공사] 2021.04.28 fedor01@newspim.com |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