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지 전문가, 이행률 평가 '긍정적'
개선 속도, 집단 영향…작은 목소리 외면
"사례별 파악…우선 처리 순위 체계 필요"
[세종=뉴스핌] 신도경 양가희 기자 = 최근 10년간 19개 중앙부처 평균 제도 개선 권고 이행률은 82.3%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80%대 수준의 이행률에 대해 대체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다만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 권익을 촘촘하게 뒷받침하려면 소수의 의견으로 장기간 이행되지 않은 사례들에 대해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6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19개 부처에 권익위가 권고한 제도 개선은 2887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4월 말 기준 2375건(82.3%)이 이행됐고, 392건(13.6%)은 개선 기간이 지나도 완료되지 않았다. 개선 기한이 남은 권고는 131건(4.5%)이다.
◆ 10년간 이행률 82.3%로 선방했지만…소수 의견 '그대로'
전문가들은 최근 10년 간 권익위가 권고한 제도개선권고 이행률이 80%에 도달한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제도 개선은 국민 권익뿐 아니라 전체적인 균형 차원에서 판단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긍정적인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도 낮은 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법을 개정하거나 예산을 수반해야 하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례들이 있을 수밖에 없어 이행률이 100%에 가깝게 나올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안심은 이르다. 소수의 의견이거나 관심이 없어 조치 기한이 지나도 여전히 이행되지 않은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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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는 2020년 격리·강박 지침처럼 면회나 통신 제한 시 조건 등을 담은 규정을 마련하라고 했다. 지난해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치료 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하는 경우가 아니면 통신과 면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통신과 면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범위'라고 표기했다. 권익위가 제안한 시행 조건, 시간, 기록 유지 등 상세 절차는 마련되지 못했다.
약국 조제실 투명성 강화도 2019년에 제안했지만 아직도 그대로다. 권익위는 외부에서 조제실 내부나 조제과정 확인 불가로 무자격자의 조제, 위생관리 소홀 등의 문제가 반발한다며 조제실을 투명한 구조로 설치하도록 했다. 2017년 국민신문고 내용에 따르면, 반원 모양의 구멍을 통해 우연히 본 조제실 안에서는 위생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약을 지은 사례가 있었다.
2018년 한 국민신문고 사례자는 "약국에서 약사는 앞에 환자를 응대하거나 그냥 나와 있었다"며 "밀실로 된 조제실에서 무자격자 일반인이 조제하고 약을 전해줬다"고 했다. 2015년에 의견을 제시한 사례자는 "약국에 가면 조제실이 막혀 약 조제를 누가 하는지 알 수 없다"며 "무조건 조제되는 공간은 투명 창으로 밖에서 보이게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작은 목소리, 외면당해…권익위, 스크린 역할 강화해야
제도 개선 과정에서 사회적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정 집단 이익이 아닌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상당 부분은 이슈가 되면서 제도가 개선되는 경우가 있는데, 꼭 필요한 것들은 사회적 목소리가 약하다 보니까 제대로 이슈화가 되지 않고 제일 먼저 밑에 깔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 명예연구위원은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은 접수하거나 검토 중이라는 답만 받으면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며 "권익의 취지에 맞도록 국민의 고통을 달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호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도 "특정 집단 이익에 따라 제도가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며 "권익위는 정파 등에 휘둘리지 않고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도 개선 사항들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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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2022.11.08 |
전문가들은 권익위가 사회적 목소리가 약해 제때 개선되지 않은 사례를 조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권익위 권고는 개별 국민의 고충으로부터 시작됐다며 국민의 고충을 잘 보고 개별 구제를 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권익위는 개별적, 구체적 속성이 있다"며 "민원인의 어려운 사정을 도와주려고 노력했다에서 그치는 태도는 권익위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명예연구위원은 권익위가 스크린 장치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념적인 논쟁인지에 대해 먼저 판단하고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찾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이념이 아닌 진짜 고충인 경우는 우선적으로 답변하거나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