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마크로스크 작가 등 미술 취향 추궁
金취향 조사도 수사의 일부…모두 진술거부
마크 로스코 아들과 '종묘 차담회'도 수사대상
21그램 대표에 金 취향 물은 사업가…金측 "모르는 사람"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김건희 여사를 조사하며 '그림 취향'을 캐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받았다는 전제하에 작품 이동 경위와 취향 연계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보이며, 김 여사는 이같은 질문에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여사 측 관계자는 26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특검팀이 '이 화백도 단색 거장인데, 박서보 화백이나 추상표현주의 해외작가들처럼 김 여사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 아니냐'고 김 여사에 추궁했다"며 "특검팀은 김 여사가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이 화백의 그림을 받았다고 전제하고 질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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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조사하며 '그림 취향'을 캐물은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사진은 김 여사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전날 진행된 특검팀 조사에서는 ▲김 여사의 그림 수수 여부 ▲김 전 검사가 그림을 산 뒤 김 여사 친오빠인 김진우 씨에게 그림이 이동한 경위 ▲그림이 김씨 장모집까지 이동한 경위 ▲김 전 검사의 인사 청탁 여부 ▲해외 작가 마크 로스코를 좋아하는지 여부 ▲사업가 강모 씨가 김 전 검사에 '여사 취향을 알아보겠다'고 연락한 내용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 여사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여사 측은 특검팀의 취향 조사도 수사의 일부로 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현재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 피의자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김 전 검사로부터 이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전달받고 그 대가로 김 전 검사의 4·10 총선 공천이나 국가정보원 법률특보 임명 과정에 관여했는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 전 검사는 해당 그림을 약 1억원에 매입해 김 여사 측에 전한 뒤 공천 청탁을 했다는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18일 구속됐다. 김 여사 소환 전날인 23일에도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조사하면서 김 전 검사와 사업가 강씨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증거로 제시했다.
사업가 강씨는 김 전 검사의 요청으로 김 여사의 그림 취향을 탐문한 인물로 지목됐다. 특검팀은 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씨가 김 전 검사로부터 '김 여사 취향이 뭔지' 질문을 받고 '김 여사가 평소 윤형근·박서보 화백 그림을 좋아한다'고 답변한 문자 메시지 등 증거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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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진위논란에 휩싸인 김건희 여사가 받은 이우환 그림 '점으로부터 800298'. 1980년작이다. 2025.09.09 art29@newspim.com |
특검팀은 윤형근·박서보·이우환 화백 모두 한국 단색화의 거장이라는 공통점을 확인한 뒤, 김 전 검사가 김 여사의 취향을 분석해서 이 화백의 그림을 골랐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김 여사가 단색화를 선호한다는 점을 입증하면 김 전 검사가 뇌물 목적으로 이 화백의 그림을 마련했다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판단이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김 여사의 마크 로스코 선호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마크 로스코는 1940~1960년대 미국에서 활동한 세계적인 추상화가로, 김 여사가 좋아하는 작가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2015년 코바나컨텐츠 대표 시절 워싱턴DC 국립미술관 소장 로스코 작품 50점을 들여와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마크 로스코' 전시회를 열었다.
마크 로스코는 김 여사의 '종묘 사적 이용 의혹'과도 연결된다. 지난해 9월 마크 로스코와 이 화백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행사가 열렸는데, 김 여사는 이때 방한한 마크 로스코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를 종묘 망묘루로 불러 차담회를 가졌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이재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장을 소환해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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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는 2023년 미국 국립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로부터 크리스토퍼 로스코를 소개받았고, 그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종묘 차담회를 연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김 여사가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공식 배우자 프로그램에서 질 바이든 여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
김 여사 측은 그림 수수 의혹과 종묘 사적 이용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김 여사는 이전 특검 조사에서 '이 화백 그림은 위작이 많아서 나라면 안 샀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묘 차담회에 대해서는 '민간외교 차원'이었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는 2023년 미국 국립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로부터 크리스토퍼 로스코를 소개받았고, 다음 해 그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종묘 차담회를 연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 검사 측도 강씨를 통해 김 여사의 취향을 알아본 사실은 인정했지만, 김 여사의 친오빠 김씨의 부탁으로 대리 구매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김 여사의 취향을 탐문한 사업가 강씨는 김 전 검사와 김태형 21그램 대표 사이 연결고리로도 알려졌다. 그는 김 여사의 그림 취향을 김 여사 측근인 김 대표에게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측 관계자는 이날 "강씨는 김 여사와 아는 사이가 아니며, 김 전 여사 역시 김 여사 취향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 전 검사 측 변호인도 "특검팀이 강씨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있지도 않은 진술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