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 시장 장기 고성장
MDR 부문에서 두각
플랫폼화 전략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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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SK텔레콤에 이어 KT와 롯데카드까지 연이은 사이버 해킹에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해외에서도 피해 사례가 꼬리를 문다.
가장 최근에는 영국 최대 완성차 업체 업체 재규어랜드로버(JLR)가 9월 초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은 데 따라 생산을 중단했고, 급기야 영국 정부가 9월29일(현지시각) 15억파운드의 긴급 대출 지원에 나섰다.
사이버 테러가 수위를 높이면서 보다 강력한 보안 솔루션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의 데이터부터 개인 신용 정보까지 해킹을 당할 때 발생하는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 인공지능(AI)과 자동화 도입이 확대될수록 보안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기업들이 데이터를 디지털화 하면서 보호해야 할 데이터의 양도 증가하는 상황.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데이터 보안 서비스에 대한 기업들의 지출이 연간 약 13% 증가해 2030년 5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기업들이 2028년까지 AI 보안 소프트웨어에 450억달러를 지출할 것"이라며 "연간 30% 이상 늘어나는 셈"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전세계 사이버 보안 솔루션 시장이 2024년 1940억달러에서 2032년 5630억달러까지 확대되는 시나리오를 예고했다.
AI 기반 사이버 보안 소프트웨어는 해커들의 침입을 탐지하고 방어하는 데 보다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때문에 솔루션을 이용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방어벽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인력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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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로 알토 네트웍스의 데이터센터 보안 플랫폼 [자료=업체 제공] |
최근까지 개발된 사이버 보안 솔루션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 제품은 24시간 해커들의 공격을 탐지하며 훈련된 전문가의 개입을 줄이는 이른바 관리형 탐지 및 대응(MDR, Managed Detection and Response)이다.
MDR 솔루션 부문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으로 팰로 알토 네트웍스(PANW)가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FT) 역시 MDR 솔루션을 공급하지만 팰로 알토 네트웍스가 보안 전문 업체로 관련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사이버 보안에 대한 수요 상승에 상대적으로 커다란 성장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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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로 알토 네트웍스 [사진=블룸버그] |
MDR을 문자 그대로 설명하면 위탁 관리형 해킹 탐지 및 대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즉, 사이버 보안 전문 업체가 24시간 감시하면서 해커들의 공격을 포착해 대응해 주는 서비스라는 얘기다.
앞서 24시간 탐지하고 훈련된 전문가의 개입을 줄인다는 내용은 이 같은 맥락이다. MDR이 높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보안 담당 인력이 밤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솔루션을 사용할 때 일반 기업의 직원보다 해킹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고, 필요 인력을 줄여 자연스럽게 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빠른 대응 측면에서도 MDR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해킹 공격이 날로 정교해지고 있어 일반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월가는 팰로 알토 네트웍스를 포함한 사이버 보안 업체들이 커다란 성장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 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투자은행(IB) 업계는 2026 회계연도 팰로 알토 네트웍스의 매출액을 111억달러로 예상한다. 이 경우 전년 대비 14% 성장하는 셈이다.
애널리스트의 매출액 전망치는 2025년 말까지 인수하기로 한 사이버아크의 하반기 예상 매출액 8억달러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때문에 실제 매출액이 월가의 예상치를 크게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이버아크가 팰로 알토 네트웍스의 기술적인 경쟁력과 차별성을 강화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사이버아크가 신원 보안 솔루션의 전문성을 지닌 업체로, 팰로 알토 네트웍스의 보안 플랫폼에서 미흡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AI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사이버아크의 기술력이 커다란 존재감을 나타낼 전망이고, 이번 인수합병(M&A)이 현명한 결정이라는 데 월가는 한 목소리를 낸다.
이번 인수를 통해 팰로 알토 네트웍스가 사이버 보안 제품 패키지의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체의 경영진도 사이버아크 인수가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전반적인 사이버 보안 시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모틀리 풀은 사이버아크 인수가 팰로 알토 네트웍스의 이른바 '플랫폼화(Platformization)' 전략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플랫폼화 전략이 업체의 장기 성장을 위한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사이버아크 인수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화 전략은 고객들이 팰로 알토 네트웍스의 플랫폼에서 필요한 모든 사이버 보안 패키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둔다. 고객들이 여러 업체들과 거래할 필요 없이 '원 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얘기다.
강세론자들은 업체가 솔루션 구독료를 인상해 수익성을 강화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웨드 부시는 보고서를 내고 "팰로 알토 네트웍스가 2025년 들어 고객 당 수익을 늘리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는 한편 구독료 인상을 통해 매출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틀리 풀은 사이버아크 인수에 따라 비용 측면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용 증가폭을 앞지르는 매출 성장을 통해 팰로 알토 네트웍스가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팩트셋이 월가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업체의 이익률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25년 말부터 2028년까지 연간 약 16%의 영업이익 성장을 예고한 것.
플랫폼화 전략은 이미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7월31일 종료된 2025 회계연도 업체의 매출액이 92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 늘어났다. 매출액이 견고한 성장을 이룬 데는 플랫폼화 전략이 크게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매출액이 늘어난 데 그치지 않고 영업이익 역시 2024 회계연도 6억8390만달러에서 12억달러로 증가해 1년 사이 75.4%에 달하는 성장을 나타냈다.
재무건전성도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2025 회계연도 4분기 기준 업체의 총 자산 규모는 236억달러로 파악됐고, 총 부채 규모는 158억달러로 나타났다. 부채 가운데 128억달러가 이연 수익(deferred revenue), 즉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미리 받은 대금이라는 점에서 실제 부채는 30억달러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연 수익에 대한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실제로 제공되면 해당 금액이 회계 상 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실적 향상을 예고하는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6 회계연도 업체의 매출액이 100억달러를 돌파한 후 상당 기간 두 자릿수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체의 매출액은 2021 회계연도 42억6000만달러에서 2025 회계연도 92억2000만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