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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미일·북중러 신냉전' 한국 창의적 외교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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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평화연구원·한국외대 초빙 연구위원
전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책임연구위원
'北 노동당 80주년 열병식' 국제정치 함의
신냉전 그림자 속 '평화공존' 외교안보 절실
선제적 대화 분위기 조성, 남북한 신뢰 구축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북핵 위협 원천 차단

북한에서 제일 큰 정치 행사라고 할 만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은 그냥 내부적으로 '우리끼리' 모여서 축하하는 파티가 아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진짜 노리는 것은 위협을 일상처럼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 무대에서 외국 손님들, 특히 중국의 리창 국무원 총리와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이 나타난 데다 새 핵무기 쇼까지 더해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체가 뒤집힐 만한 국제정치적 파장을 낳았다.

이상수 제주평화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北 '핵무력 고도화' 통한 '핵보유국' 과시 의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좀 무섭고도 계산된 메시지이다. 이번 열병식의 국제정치적 함의를 다음 5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이번 열병식은 반미(反美)·반서방 세력을 과시하는 신냉전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장이었다. 초대된 외빈들만 봐도 북한의 신냉전 외교가 얼마나 노골적인지 알 수 있다.

중국에서 리창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러시아에선 푸틴의 오른팔 격인 국가 두마 부의장인 메드베데프가 동시에 왔다. 이게 그냥 '축하해요' 인사로 끝날 리 만무하다. 미국 중심의 서방 질서에 맞서 북중러가 손잡은 삼각동맹을 세상에 과시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고립된 나라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우린 반제국주의 전선 주축'이라고 외치는 효과를 제대로 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제재 속에서도 고위급으로 달려온 건 대북 제재가 이미 헛수고라는 걸 보여준다.

앞으로 북한이 또 도발해도 국제사회가 쉽게 손 못 대게 하는 방패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게다가 이 연대를 통해 핵·미사일 기술이나 돈줄을 끌어당기려는 속내가 훤히 엿보인다.

둘째,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기정 사실화 하고자 한다. 열병식의 진짜 스타는 새 무기들이었다.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로 '이미 핵보유국'이라고 우기려는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과시의 장이었다.

가장 눈에 띈 건 '화성-20'으로 불리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핵탑재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이게 미 본토까지 닿을 사정거리라면 북한이 핵을 협상용 카드가 아니라 '나라의 생존을 지키는 절대 무기'로 간주한다.

그냥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여주며 '우린 이제 절대 강자'라고 선언한 셈이다. 아직 실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것인가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게다가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에서 보여준 '북극성-6형'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남한 전체가 사정권인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개량한 '화성-11마' 가 등장한 것은 핵 타격이 땅에서만이 아니라 바다에서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제2격 보복 능력(Second-Strike Capability)을 과시했다.

한미 연합군의 선제 타격 이후 살아남아 두 번째 파멸적 타격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미 잠수함을 타격할 대잠 미사일과 함께 러시아 초음속 순항미사일인 '3M-54E' 칼리브르와 유사한 형태의 순항미사일, 러시아의 판치르 대공 방어시스템을 모방한 듯한 '북한판 판치르' 등은 바로 '공세적 핵 억지력'을 향한 주요한 단계에 도달한 신호로 볼 수 있다.

◆한국, 가치기반 연대로 '北 위협 일상화' 막아야

셋째, 첨단 무기 과시를 통해 서북 도서의 작은 충돌도 핵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협의 전술화를 암시했다. 전술핵 탑재 무기들은 한반도에서 작은 충돌이 핵전(核戰)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협의 전술화'를 암시한다.

한국의 '킬체인' 같은 방어 체계를 뚫고 핵 쓰는 문턱을 낮추려는 위험한 수법이다. 화성-20과 신형 SLBM이 이런 맥락에서 더 우려스럽게 느껴진다.

넷째, 이번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은 안으로는 김정은의 권력을 만천하에 뽐내는 자리였다. 경제가 엉망이고 밥걱정하는 주민들 속에서, 80주년을 맞아 이런 대형 무기 쇼를 펼친 건 '강한 국방이 사회주의를 지킨다'는 메시지다. 북한 인민들의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한 국내 정치용이다.

김 위원장은 육성 연설에서 "당의 완벽한 역사"를 강조하고 "풍요로운 낙원"을 약속한 건, 핵과 미사일로 얻은 '강국' 이미지가 결국 국민 삶을 나아지게 할 거라는 희망을 심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 집권의 명분을 세우고 김정은 시대를 10년 더 끌고 갈 기반을 다지는 기초공사다. 이를 위해 방북한 리창 총리나 메드베데프 같은 거물들도 이 내부 쇼를 더 빛나게 해주는 외빈 역할을 했다.

다섯째,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북한은 베트남과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 국가들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고 있다.

기념 행사에 베트남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라오스 통룬 시술릿 국가주석 등 2명의 정상급 인사가 평양을 찾았다.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도 12년 만에 방북했다. 아세안과의 소원했던 관계가 회복세에 들어갔음을 시사한다.

이는 중러 외에도 외교적 우군을 확보해 외교적 고립 탈피와 국제사회 제재 무용론 확산, 그리고 핵보유 정상국가로 행세하기 위한 길닦기 차원으로 분석된다.

이번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은 '핵 완성'과 '반서방 연대'가 북한의 새 전략이라고 선언한 무대였다. 화성-20과 신형 SLBM으로 핵 위협이 일상이 되고, 리창 총리와 메드베데프의 방문으로 신냉전 동맹이 굳어지면서 한반도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서북도서 위협도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한국은 중추국가로서 중견국 외교를 통한 한국 중심 가치 기반 중재연대(Value-Mediation Coalition)를 구축해 이 '위협의 일상화' 시도를 막아야 한다.

한국 정부가 선제적 대북 민생안정 협력구상을 통해 대화 분위기 조성을 통한 남북한 신뢰구축이 필요하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해 맞춤 억지력을 다시 정비함과 동시에 북한의 현실적 핵위협에 대응해 비대칭 무력화 전략개발(Asymmetric Neutralization of Nuclear Threat)을 통해 북핵 위협의 효용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초정밀 타격 능력과 발사의 왼편전략, 전자적 능력 강화를 통한 핵·미사일 지휘통제(C4I)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무력화하는 능력 강화가 절실하다.

◆'신냉전 그림자' 제거 위한 3가지 정책 대안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동북아 신냉전 그림자를 제거하기 위한 3가지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북중러 협력을 느슨하게 만들 방책으로 한국 주도의 경제 안보를 위한 '기술 주권 기금(TSF)' 만들기를 통해 한국이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국가들을 외교적으로 유인하는 스마트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둘째, 비전통 안보 선도를 위한 '동북아 기후·보건 안보 협의체(NEACPSC)'를 제안해야 한다. 중국과 협력을 통한 이 영역에서 한국의 외교 공간을 키워야 한다.

한국이 주도해 '동북아 기후·보건 안보 협의체'를 만들고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이 미세먼지 관측망과 신종 전염병 방역 프로토콜 같은 비전통 위협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한국이 '지역 규범 기획자(Norm Entrepreneur)'이자 '가교 역할(Bridge Builder)'로 나설 수 있다. 중러가 거부할 수 없는 인류 보편 의제를 앞세워 레버리지를 높여야 한다.

셋째, 북한 비핵화를 위한 '조건부 두 국가 공존 전략(Two Koreas-to-One Korea)'이다. 장기 '평화 통일' 목표는 두되 단기적으로 북한의 '사실상 두 국가' 현실을 전략적으로 인정하고 '남북 평화 공존 협정'을 추진한다.

여기에 상호 불가침과 교류 재개, 비핵화라는 전제 없이 단계적 정상화 로드맵을 실행한다.

김 위원장은 첨단 무기를 과시하면서 '남한 영토 안전하겠나'라며 겁박하고 있다. 남북의 강 대 강 대립과 긴장 국면 속에서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과 평화공존을 위한 창의적인 주변 외교를 펼쳐야 할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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